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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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 분야에서 가장 성대하고 가장 화려한 행사인 중앙시조백일장은 해를 거듭할 수록 더욱 규모가 커져서 제5회째인 이번 대회에는 가을비가 내리는 음산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4백여명이 참가하는 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수적 확대보다 중요한 질적 향상은 더욱 뚜렷해서 시조의 앞날이 밝다는데 심사위원들은 기쁨을 같이했다.
각 부문별로 뽑힌 8편씩의 입상작 외에도 20∼30편쯤은 종전의 수준으로 볼 때 차상이나 차하쯤 너끈히 할만했다. 이런 작품이 선외로 밀려나게 되어 관계자들은 무척 안타까왔다.
일반부에서는 근년에 나타난 작품 수준의 향상에 발맞추어 좀더 고도한 기량이 요구되는 「상」이라는 시제를 걸어 보았다. 이것은 실체의 형상일 수도 있지만 심상(이미지) 쪽에 기대를 더 많이 걸고 참가자들이 능히 이것을 소화해 줄지 다소 불안했으나 많은 작품들이 이 내적 영상을 무난히 형상화해 주었다.
중·고등부의 수준도 전반적으로 향상되어 있었다. 특히 고둥학생과 동등하게 기량을 겨루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 당당히 차상을 차지한 오윤정양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냈다. 그의 소박·순수한 시심이 호감을 부른 것이었다.
시조 백일장이란 짧은 시간에 주어진 제목에 따라 시조를 지어야 하는 것이므로 다분히 즉흥에 흐르기 쉽다.
그러나 본격적인 현대 시조는 즉흥성을 배제하고 좀더 깊이 있는 시정신과 고도의 표현력을 요구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입상자는 더욱 겸허하고 낙선자는 더욱 분발해서 각기 역량을 증진시키는데 정진할 것으로 믿는다.
장순하<심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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