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저우언라이 통역사 지낸 우젠민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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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원로 외교관 우젠민(吳建民·사진) 전 중국 외교학원 원장이 18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77세.

프랑스 대사, 외교학원 원장 역임
“역대 최고 정협 대변인” 평가도

인민일보는 이날 새벽 4시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한 지하 차도에서 우 전 원장의 차량이 화단을 들이받아 그와 동승한 주샤오츠(朱曉馳) 우한대 정보학원 교수도 함께 사망했다고 19일 보도했다. 그는 19일 예정된 ‘중국 민간 외교 발전 보고’ 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우한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이었다.

충칭(重慶) 출생인 그는 1959년 베이징외국어학원 불문과를 졸업한 뒤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선비의 풍모를 지닌 장수’라는 뜻의 유장(儒將)으로 불렸던 그는 ‘온화하고 이성적인 외교관’이란 평가를 받았다. 마오쩌둥(毛澤東), 저우언라이(周恩來) 등 중국 전직 지도자들의 프랑스어 통역사로 일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외교 전략인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며 기다린다) 외교 전략의 신봉자였다.

71년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이 됐을 때 중국의 첫 유엔 상주직원으로 파견 근무했다. 90년대에 외교부 대변인을 지냈으며 네덜란드와 프랑스 주재 대사를 역임했다. 2003~2008년 외교학원 원장으로 외교관들을 양성했다. 그는 “외교관은 항상 정직해야 하고 관점이 뚜렷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변인 경험을 바탕으로 2005년부터 4년 연속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대변인을 맡아 “지난 20년간 정협 대변인 중 최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민일보는 “매력적인 외교관이던 그는 중국 내·외신 기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1년에 300편 이상의 글을 쓸 만큼 집필 활동도 활발했다.

지난 3월 말 민족주의 성향을 띈 후시진(胡錫進·56) 환구시보(環球時報) 사장을 비판해 화제가 됐다. 그는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은 중국에 위험하다. 겉으로는 애국과 위민(爲民)을 구호로 내세우지만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은 결국 개혁·개방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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