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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콘텐트다] 탈춤 얼씨구~ 민요 절씨구~ 고택서 하룻밤 지화자 좋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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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한국콘텐츠진흥원 공동기획
| 여행은 콘텐트다 ⑤ 안동 민속문화 체험

 안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의 고장이다. 안동시 안에만 317점의 문화재(국가지정 문화재 92개, 도 지정문화재 225개)가 있다. 눈 두고 발 닿는 곳마다 문화재가 널려 있다. 하여 경북 안동에 들 때면 누구나 점잖은 선비의 마음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안동의 전통문화가 엄숙만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최근엔 전통문화에 재미 요소를 입히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퓨전 탈춤 공연 ‘하이마스크(Hi Mask)’, 옛 한옥에서 놀고 잠드는 고택 체험 등이 대표적이다. 힘을 빼고 즐길 수 있는 안동의 신흥 문화 콘텐트다.

서원, 아이들 문화 공간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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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탈을 테마로 한 퓨전 탈춤 공연 ‘하이마스크’. 안동의 전통문화를 쉽게 즐길 수 있는 공연 관광상품이다. 300년 역사의 묵계서원(사진 속 고건물), 유교 체험 공간인 유교랜드 등에서 이 공연을 볼 수 있다.

안동시 길안면에 300년 역사의 서원이 있다. 묵계리 안쪽의 묵계서원(경북 민속문화재 19호)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 김계행(1431~1517)을 봉향하는 서원으로 1687년(숙종 13년) 세워졌다. 이곳에서 선비들이 대대로 제사를 지내고 학문을 닦았다. 물론 까마득한 얘기다. 묵계서원은 한동안 빈집이었다. 지금도 후손이 정성껏 쓸고 닦는다지만, 1년에 한 번 향사(享祀)를 치를 때가 아니면 인적이 드물다. 관광객도 묵계서원은 잘 찾지 않는다. 하회마을에서 자동차로 1시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데 서원 주변에는 변변한 편의시설도 없다.

만휴정. 묵계서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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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막한 묵계서원에 요즘 다시 사람이 들고 있다. 경북미래문화재단이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벌이는 문화 행사 ‘꼬마 도령의 놀이터 묵계서원’ 덕분이다. 옛날 의복 체험하기, 민요 배우기, 천자문 퀴즈, 탈 만들기, 탈춤 배우기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묵계서원 인근 계곡에 있는 정자 만휴정(경북 문화재자료 173호)에 올라 경치도 즐긴다. 지난 3월 시작됐는데, 유치원·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월간 행사는 이미 12월까지 예약이 끝났을 만큼 반응이 좋다.

유교랜드의 세계 탈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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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가운데 독특한 공연도 있다. 세계의 탈을 테마로 한 ‘하이마스크(Hi Mask)’다. 넌버벌(non-verbal) 공연으로 대사는 없지만 눈이 즐겁다. 한국의 하회탈, 남미의 디아블로, 북유럽의 크람푸스, 티벳의 참 등 각 나라의 탈을 뜬 배우들이 신명나게 춤판을 벌인다.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퓨전 탈춤이다. 이를테면 하회탈 캐릭터와 일본의 여우 가면 캐릭터가 커플 댄스를 선보이고 브레이크 댄스도 춘다.

그런데 왜 탈춤일까. 안동을 대표하는 전통문화 콘텐트가 탈춤이다. 안동은 하회탈(국보 121호)과 하회별신굿탈놀이(국가무형문화재 69호)의 고장이다. 매년 가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도 연다. 세계 각국의 탈 놀이가 이 축제에 모인다. 하이마스크는 지난해 이 축제 개막공연에 오르며 큰 호응을 얻었다. 발길 끊긴 서원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가장 신명나는 공연 문화를 이식한 셈이다.

하이마스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경북미래문화재단이 약 6억원을 들여 만든 공연이다. 원래 무대는 안동문화관광단지 내 유교랜드 공연장이다. 유교랜드에서는 서원에서 볼 수 없는 마술 쇼와 조명도 볼 수 있다. 유교랜드 안에 세계 탈 전시관이 있다. 하회탈부터 아이언맨 같은 히어로 마스크까지 탈 약 200점이 전시돼 있다.

고택에서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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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 체험이 가능한 안동 수곡고택.

경북도청 인근의 가일마을에도 문화 콘텐트를 통해 되살아난 고택이 있다. 가일마을은 안동 권씨 가문이 약 500년간 대를 이어 살아온 집성촌이다. 이 마을 한가운데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는 수곡고택(중요민속문화재 176호)이 있다. 1792년에 세워져 조선시대 양반집의 면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집이다. 솟을대문을 지나면 너른 앞마당과 ‘一’자형 사랑채가 펼쳐지고, 그 뒤로 ‘口’자형의 안채가 들어앉아 있다. 별당채인 일지재(一枝齋)와 사당도 갖췄다.

이 양반집은 1960년대 이후로 사람이 살지 않았다. 이 빈집을 경북미래문화재단이 2010년부터 고택 체험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도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가훈 족자 만들기, 민화 배우기, 마을 나들이, 마을 사진 콘테스트 등이다. 내부 수리가 끝나면 수곡고택 마당에서 클래식 음악회도 하고, 하이마스크 공연도 올릴 참이다.

권두현(51) 경북미래문화재단 상임이사는 “묵계서원·수곡고택 등 문화재를 빈집으로 둘 것이 아니라 체험 교육의 장으로, 나아가 문화공간으로 부활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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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 체험이 가능한 안동 수곡고택.

수곡고택 체험은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1박2일 일정으로 구성된다. 집안의 최고 어르신이 머물던 모방, 가장이 쓰던 안방, 갓 혼인을 마친 부부가 초야를 치르던 상방이 객실 노릇을 한다. 수곡고택 소유주 권대송(76)씨는 “큰집을 혼자 감당할 수 없어 나와 산지 오래다. 문화재라도 집은 사람이 살아야 집다워진다. 고택에 묵는 손님이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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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일마을 권성백고택.

가일마을에는 수곡고택 말고도 권성백고택(중요민속문화재 202호)·남천고택(경북 문화재자료 324호)·병곡종택(경북 민속문화재 138호) 등 유서 깊은 한옥이 수두룩하다. 저마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어 카메라에 담는 재미도 크다. 마땅한 편의시설은 없지만, 하회마을에 비하면 한가로이 민속마을을 누빌 수 있다. 운이 닿으면 마을 어르신으로부터 마을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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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대 정상에서 본 하회마을 전경.

명성 자자한 하회마을은 가일마을에서 자동차로 불과 10분 거리다. 류성룡(1542~1607)의 생가인 충효당(보물 414호), 만송정 숲(천연기념물 473호), 하회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부용대 등 둘러볼 곳이 많다. 마을 앞 탈놀이 전수회관에서 하회별신굿탈놀이 무료 상설공연이 수·금·토·일요일 오후 2시마다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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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서울시청에서 안동까지는 자동차로 약 3시간 거리다. 유교랜드에서 다음달 24일까지 ‘하이마스크’ 공연이 이어진다.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공연이 열린다. 어른 1만2000원, 어린이 8000원. 세계 탈 전시관은 입장료가 없다. 수곡고택과 묵계서원의 숙박과 체험 프로그램은 예약이 필수다. 1실 1박 6만~12만원(체험비 별도). 하이마스크 공연 관람, 탈춤 배우기 등은 예약자 20명이 모여야 체험 가능하다. 경북미래문화재단 054-841-2433.

글=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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