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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No 한 곳, 정부도 지원 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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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조선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지정할 때 파업을 하는 대기업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등 조선 ‘빅3’ 노조가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로 구조조정을 가로막으며 고통분담을 거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우 “파업” 삼성·현대중 쟁의 불사
정부 “대기업 고통분담 거부” 판단
대상에서 빼면 실업급여 등 못 받아
채권단도 “파업 땐 모든 지원 중단”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면 해당 기업은 고용유지를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을 못 받는다. 실직할 경우에도 실업급여 지급연장이나 재취업 집중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15일 경남 거제를 시작으로 울산, 전남 영암에 대한 현장실사에 착수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업체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15일 경남 거제시청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조사단과 관련 업체 노사 간 합동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총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거부했다.

노조 측은 “잠수함과 전투함 같은 특수선 사업부문이 팔리면 나머지 부문으로는 회사가 지탱하기 힘들다”며 채권단의 회생책도 반대했다. 다만 “근로시간을 단축하는데 따른 임금 저하는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앞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4일 조합원 85%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조사단과 만나 임금 삭감에 반대했다. 조사단이 “중국보다 임금이 훨씬 높고, 국내에서도 최고수준이지 않느냐”고 되묻자 “중국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국 근로자보다 더 강도 높게 일한다”고 답했다. 임금에 대해선 양보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이날 삼성중공업 노협은 대의원 회의를 개최하고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현대중공업 백형록 노조위원장은 16일 조사단의 현장실사에 앞서 “무능한 경영진을 끝장내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7일 대의원 대회를 개최해 파업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노사갈등이 빚어지는 대기업을 특별고용지원 대상에 넣을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용부 고위관계자는 “고용지원업종을 지정할 때 범위 제한이 가능하다”며 “일부 원청(대기업)은 구조조정이 거의 진행되지 않는 반면 협력·하청업체는 상당한 고용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지원 대상에서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소업체를 집중 지원할 방침을 시사한 셈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지원은 자구노력과 고통분담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고용부 장관이 해당 업종의 경기동향과 고용상황, 재무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고용부는 조사단의 실사가 끝나면 이달 말 대상을 지정할 방침이다.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 회사가 휴업·휴직과 같은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비용의 50~67%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불가피하게 실직한 근로자는 90~240일간 주어지는 실업급여를 최대 60일간 더 받을 수 있다. 재취업과 창업, 생계비 지원도 받는다.

특별고용위기업종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면 해당 회사의 근로자는 이런 혜택을 못 받는다. 고용유지가 그만큼 힘들어지고, 실직을 하더라도 실업급여 연장지급과 같은 지원을 못 받는다.

하지만 노조는 투쟁강도를 높여 요구사항을 관철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빅3가 포함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지난달 중순 “7월 10일까지 쟁의권을 확보하라. 이어 7월 중순 공동투쟁을 진행한다”는 지침을 시달했다. 쟁의권 확보는 파업에 돌입하기 전 조정신청,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같은 법적 절차를 마치는 것이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파업하면 채권단은 모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파업으로 실적이 악화하면 더 큰 규모의 구조조정 파도가 밀려들 수 있다. 파업을 결의한 대우조선 노조도 “쟁의 행위가 가결됐다고 해서 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 노·사·채권단 3자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때문에 노조가 일단 파업 요건을 갖춰놓고, 이를 감원 규모를 줄이는 협상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문희철 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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