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회사 생사 갈림길에서 너무 다른 노조의 선택

중앙일보

입력

국내 조선업체가 생사 갈림길에 선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파업을, 한진중공업 노조는 임단협을 회사에 위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8일 회사와 채권단이 발표한 자구계획에 반대하며, 한진중 노조는 회사 정상화에 동참한다며 내린 결정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13~14일 조합원 6980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해 85%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했다. 노조는 이날 “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며 “회사와 채권단이 노조가 제안한 3자 협의체계를 구성하면 파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우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그동안 노조는 채권단과 회사가 함께 논의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노조원의 고통 분담만 요구하는 자구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수선 사업부 분할매각 철회와 인위적인 인력 감축반대 등 노조의 요구조건 수용 여부를 보고 파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파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채권단이 지난해 10월 4조5000억원 경영자금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노조로부터 임금동결·파업금지 동의서를 받은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를 근거로 현재까지 3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1조 정도의 추가 지원이 남은 상황에서 파업에 돌입하면 자금지원이 중단될 수 있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외욱)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회사에 위임했다. 김 위원장은 “경기악화와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노사가 합심해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임단협을 회사에 전부 위임한다”고 14일 밝혔다. 노조의 이 같은 결정은 1937년 회사 설립 이후 80년 만에 처음이다. 회사 측은 이로써 별도 협상 없이 올해 임·단협을 타결할 수 있게 됐다.

회사 박찬윤 노무담당 상무는 “자율협약 체결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임직원과 가족, 회생을 바라는 지역사회에 노조가 희소식을 전했다”며 환영했다.

이 회사는 2011년 2월 근로자 94명을 정리해고하면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가 파업과 타워크레인 농성을 하고, 회사는 휴업을 하는 등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노조원 657명 가운데 72%인 472명이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를 탈퇴하고 2012년 설립된 현 노조로 옮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5년간 무파업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월 근로자 60명 희망퇴직 때도 노사마찰은 없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11일 채권단과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양해각서를 체결해 정상화 길을 걷고 있다. 채권단이 지난 2월 13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120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1000억원대 이자감면과 원금 상환유예 등에 들어갔다.

부산·거제=황선윤·위성욱 기자suyo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