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사진관] 벽화훼손 사건 후 이화동 벽화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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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계단 벽화 위쪽 상가들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가게 앞에 풍선을 매달아 놓았다. 신인섭 기자

지난 4월 15일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의 꽃과 잉어 벽화가 지워진 사건이 발생한 지 2달이 되었다.

지난 6일 휴일인 현충일 이화마을에는 관광객들이 여기저기 보여 큰 변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상가를 찾는 손님들은 크게 줄어들었다.특히 지워진 계단 벽화 위 상가지역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관광객이 50% 이상 줄면서 매출이 1/3 이하로 떨어졌다고 아우성이었다.

갤러리와 카페를 겸하고 있는 ‘이화중심’ 김영기 대표는 카페업무를 담당하던 아르바이트 직원 3명을 일주일 전에 내보냈다고 말했다. 5년간 임대계약을 하고 2015년 10월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난 5월 월세를 못 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5월 중순부터 관광객이 확연하게 줄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자신 같은 임대사업자는 앞으로 3개월을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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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벽화 위 상가 골목이 관광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신인섭 기자

평일인 13일 다시 찾은 이화마을 풍경은 한산했다. 계단 아래 상가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이 간혹 보였으나 벽화훼손 전에 비해 반 이상 줄었다고 상가 주인들은 전했다. 벽화훼손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화동 벽화마을에는 휴일이면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비롯한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 골목을 지나기 힘들 정도일 때도 많았다.

현재는 중국 단체관광객은 거의 없다. 벽화가 사라진 현장을 본 관광객들이 불만을 제기하면서 이곳을 관광코스로 안내하는 여행사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내 여행관련 인터넷 사이트 혹은 개인블로그 등에도 이화동 벽화가 사라진 것이 알려지면서 개인여행객들도 많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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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꽃계단 벽화 앞에서 사진 찍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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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계단 벽화 위 상가 골목. 신인섭 기자

6일 만난 중국 관광객인 장옌린(27), 장수위(53) 모녀도 사라진 벽화를 보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장 양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벽화가 사라진 것을 알았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가 있을 거라고 말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장 씨 모녀는 "벽화가 사라진 이곳을 외국관광객들이 찾을 이유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을 보는 전망이 좋지 않으냐는 질문에 차라리 남산타워를 가지 여기 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13일 중국에서 관광객을 인솔해 온 관광가이드 소빈빈(25)씨도 그림이 사라진 계단을 보고 당혹스러워 했다.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긴 했어도 이렇게 모두 없어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인솔해온 관광객들은 대학로부터 힘들게 걸어왔기 때문에 상당히 실망한 모습이었다.

이화동 벽화마을을 찾는 이유는 “해외에서도 유명한 잉어와 꽃 그림 계단벽화를 보고, 서민들이 사는 동네풍경을 보기 위해서”라고 소 씨는 말했다. 동네 풍경을 보기 위해 올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벽화가 먼저이고 동네만 보러 오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

관광객이 줄면서 부동산 거래도 타격을 입었다. 현재 계단 윗부분 상가지역은 평당 2000만 원선, 계단 아래 상가지역은 평당 2500만 원부터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벽화훼손 사건 이후는 더 이상 상가 매물이 거래되지 않고 있다고 최문규 종로상가부동산 대표가 말했다. 최 씨는 현재 계단 중간 주거지역은 평당 평균 1600만 원에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객 감소로 유동인구가 줄면 이화동 벽화마을은 별다른 이점이 없어 상가지역과 함께 주거지역도 가격하락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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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주인들이 주민과 관광객 대상으로 벽화복원 청원 동의서 서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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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주인들이 받은 벽화복원 청원 동의서.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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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텅 비어 버린 한 카페 내부.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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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직원이 지워진 물고기 벽화계단 앞의 솜사탕 장수에게 소음민원이 들어왔다면서 음악소리를 줄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벽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상가 주인들을 중심으로 현재 벽화복원 청원 동의서를 받고 있다. 지난 6일 현재까지 이화동 주민 70여 명이 동의했고 국내외 관광객을 상대로도 동의서를 받고 있다.

박재길 주민협의회 회장은 주민 간 협의로 문제해결을 하기에는 더이상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벽화훼손에 대한 법적 판단이 조속히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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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소음, 쓰레기에 불만 품고 이화마을 벽화 훼손한 주민들 



그 뒤 당사자가 법적 판단을 승복하고 벽화복원이 되어야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화동이 벽화마을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인근에 있는 서울성곽 등 다른 문화적 유인책이 장기적으로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그래서 "서울성곽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단 아래쪽에서 공방을 운영 중인 임영석(41)씨도 “갈등이 해소되고 화해의 의미로 벽화 복원이 이뤄져야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진·글=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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