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나는 오늘 마녀를 사냥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Our History 페이스북에 잠깐 오셔서 '좋아요'를 꾸욱 눌러주세요!

https://www.facebook.com/ourhistoryO

[Text O] 온라인 마녀사냥/ 나는 오늘 마녀를 사냥했다

#1
2016년 6월 8일
SNS에 46초 분량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한 남성(37)이 마트 계산원(여, 43)을 폭행하는 장면입니다.

#2
이 영상 밑에는 마트 계산원의 딸이 쓴 글이 함께 실렸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 해당 남성(직원으로 추정)이 저희 어머니 몸을 만지고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만져 어머니가 직원분들께 말씀드리려 하자
태도가 돌변하여 욕하고 막대하셨다고 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많이 맞으셔서 턱뼈가 들어가고..”

#3
여기까지가 드러난 사실,
피해자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마트 계산원을 성추행한 남성이 자신의 행동이
들통날 것이 두려워 행패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4
이 남성은 해당 영상이 찍힌 6월 1일,
자신이 일하는 마트에서 계산원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돼
성추행 의혹도 조사받았습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이 남성에게 성추행 혐의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잦은 신체접촉' 혹은 '턱뼈가 들어갔다'는 등의 글 내용에 대해선
의사의 진단이나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 –안양동안경찰서 경찰 관계자

#5
그러나 영상이 올라온 후 남성을 향한 네티즌들의 ‘형벌’은 가혹했습니다. SNS에 올라온 글과 영상을 보고 분노한 네티즌들이 이 남성의 신상을 털었고 그는 이후 네티즌들로부터 ‘성추행범’이라는 욕설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받았습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장애인(뇌병변장애 5급)인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폭행했다. 이는 반성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 때문에 성추행범이 된 건 억울하다”고 밝혔습니다.

#6
대중의 여론을 빠른 시간 안에 이슈로 만들어내는 데 SNS만큼 강력한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게시글들이 항상 사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죠. ‘마녀사냥’으로 억울한 사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7
2015년 10월 25일. 한 야구 커뮤니티에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 김병지의 아들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체험학습에서 김 군이 장난감 공을 계속 던져 아들 엄 군도 같이 던졌더니 몸무게가 42킬로인 김군이 23킬로인 자신의 아들의 가슴을 깔고 앉아 얼굴을 할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8
이 사건은 ‘유명 축구선수 아들 폭행 사건’으로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이에 김병지는 “아들이 상대방 얼굴을 할퀸 건 맞지만 본인도 주먹으로 가슴을 맞는 등 서로 싸웠는데도 일방적인 폭행인 것처럼 인터넷에 허위 글을 수차례 게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반박했습니다.

#9
김병지 선수 측은 엄 군 측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했고 엄 군 측 역시 변호사를 선임해 맞대응하고있습니다.
이렇게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 당사자의 글은 논란이 된 ‘사람 혹은 기업 전체’를 부정적으로 각인시키기도 합니다.

#10
2012년 2월 17일 17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N사 육아관련카페에 올라온 게시글.
이 글에는 한 임산부가 충남 천안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발로 배를 차이는 등의 폭행을 당했고, 병원 검사를 받은 뒤 이 폭행으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11
해당 사건이 발생한 식당은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종업원과 식당을 향한 비난이 폭주했습니다. 불매운동도 일어났죠. 사건 발생 이틀 뒤에 식당 대표와 직원이 임산부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하며 논란을 잠재우려 했지만 이미 싸늘해진 여론을 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12
그러나 사흘 후인 2월 22일. 충격적인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식당 측이 ‘손님과 종업원 사이에 시비가 있었지만 손님을 발로 차지 않았으며 점주는 적극적으로 싸움을 말렸고 무엇보다 손님의 언행이 지나쳤다’고 발표한 겁니다. 여기에는 CCTV와 동료 종업원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경찰 역시 공식발표를 통해 식당의 입장을 뒷받침했죠.

#13
허위, 왜곡돼 한 쪽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SNS 괴담’
누명을 쓴 당사자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는데요..
한쪽 귀만 열어서는 안되는 세상인 듯 합니다.

취재.구성 임서영
디자인 박다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