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협치·소통 언급…야당 “기대 걸어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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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국회 개원식 연설을 마친 뒤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5부 요인, 여야 대표 등과 환담했다. 왼쪽부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박 대통령, 박주선 국회 부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 청와대]

119일 만에 국회 본회의장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달라져 있었다. 지난 2월 16일 특별연설 때만 해도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하신 것을 잊지 않으셨을 것”이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그동안 해온 네 차례 국회 연설도 모두 비슷한 톤이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을 언급하며 “대통령으로서 가슴이 타 들어가는 심정”이라고 감정을 드러낸 적도 있다.

이전 연설과 달리 부드러운 화법
3당 대표와 회담 정례화 재확인

하지만 13일 20대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를 “국정운영의 동반자”라고 불렀고 “존중한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국회와의 “소통”과 “협치”도 직접 언급했다. 지난달 3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합의한 사항인 “3당 대표와의 회담을 정례화한다”는 내용도 연설에 포함시켜 약속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 연설 자체를 놓고 보면 ▶경제(29번) ▶규제(12번) ▶구조조정(11번) 같은 어휘의 사용 빈도가 각각 1번씩 쓰는 데 그친 ‘소통’ ‘협치’보다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과거 국회 연설과 다른 분위기임은 전문가들 반응에서도 나타났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회 연설만 하면 ‘야단’만 치더니 이번엔 (듣기) 좋은 얘기를 했다”며 “박 대통령도 이제 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대 강원택(정치외교학부) 교수도 “박 대통령이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치를 강조한 것은 좋은 출발”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회가 3당 체제로 바뀐 만큼 화법이나 메시지의 톤이 부드러워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야당도 일단 박 대통령의 변화에 대해 기대감을 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소통 의지를 밝힌 것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고 논평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박 대통령의 (소통과 협치) 약속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본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회와의 관계를 의식한 장면은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연설 직후 가진 국회의장단과 여야 지도부의 환담에서 “국민을 위한다는 기준 앞에선 국회나 정부가 가는 길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거나 “앞으로 국회와 더욱 많이 대화하고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며 ‘국회 맞춤형 발언’을 했다.

“국회 여러분들께서도 앞으로 많이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고 할 때는 목례를 하듯 몸을 낮추기도 했다. 또 박 대통령은 더민주 출신 정세균 의장 선출로 마무리된 원 구성 협상을 놓고도 “의장단 선출이나 원 구성도 원만하게 마련된 것은 헌정사에 좋은 선례”라고 덕담을 건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선출된 18명의 상임위원장 전원에게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축하난을 전달했다. 정세균 의장에겐 지난 10일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을 보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 ▶대북정책 기조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구조조정과 관련해 “조선업의 경우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산업 전체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며 스웨덴에서 있었던 ‘말뫼의 눈물’ 사례(본지 4월 16일자 1면)를 언급했다. 말뫼 지방에 있던 세계적인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으면서 핵심 설비를 단돈 1달러에 넘긴 일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근본적인 실업자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재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선 노동개혁이 마무리돼야 한다”면서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이 대목에선 야당의 비판이 나왔다. 박광온 대변인은 “산업 구조조정을 언급하면서 정부와 기업주에 대한 책임에 대해선 언급이 없고 노동법 개정만 압박했다”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① '말뫼의 눈물' 13년 후 한국의 눈물로
② 1995년 “크레인과 이별하자”…말뫼 부활시킨 산업 물갈이

③ 박 대통령 “국회, 국정 동반자로서 존중할 것”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비핵화 없는 (북한의) 대화 제의는 국면전환을 위한 기만일 뿐”이라며 강경원칙론도 재확인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 대북정책이 경직돼 있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남궁욱·박가영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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