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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넷 운영진은 서울대 등 명문대 나온 부부 2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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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로 악명을 떨친 소라넷의 창립멤버 4명의 신원과 도피처가 경찰에 포착됐다. 1999년 소라넷을 개설해 운영해온 창립멤버는 A씨(45)와 아내, 40대로 추정되는 B씨 부부 등 4명이다. 이 중 A씨는 서울대, B씨 부부 역시 국내 명문대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동남아서 영주권 취득 확인
경찰, 해당 국가와 수사 공조 추진
17년간 미·유럽에 서버 두고 관리
사이트 운영 수익 100억원대 추정

경찰은 이들 외에도 사이트 운영을 도운 핵심 운영진이 3명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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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따르면 소라넷 운영진의 신원은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들은 소라넷에서 본명 대신 ‘테리 박’ ‘케이 송’ 등의 필명을 사용하며 은밀하게 활동했다. 포르노 사이트 운영이 합법인 미국·유럽 등에 서버를 두고 사이트를 유지해왔다. 또 소라넷 운영으로 챙긴 수익금을 바탕으로 해외 여러 곳에 거처를 마련해 옮겨 다니며 수사망을 피했다. 이들이 사이트 운영으로 얻은 광고, 불법 도박 수익만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한다.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에서 경찰과 신출귀몰하게 숨바꼭질을 벌이면서 소라넷은 국내 네티즌들로부터 ‘난공불락’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소라넷 운영진이 ‘미국 국적의 재미동포’라거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던 중 경찰은 올해 4월 “이들이 해외의 도피처를 옮기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동남아시아의 한 공항에 수사관들을 급파했다. 경찰은 입국장으로 들어오는 A씨 부부를 발견했다. 사이트 개설 이후 17년 만에 소라넷 운영진의 실체를 처음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A씨 부부를 검거하진 못했다. 국내에서 발부된 영장으로 해당 국가의 영주권을 취득한 용의자를 체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새로운 도피처를 확인하고 신상을 특정한 만큼 수사망은 상당히 좁혀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라넷 운영자들은 호주나 동남아 국가에서 영주권을 취득하고, 상대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국가들에서 영주권에 준하는 비자를 발급받아 도피처로 이용했다”며 “미국이나 지난 서버 압수수색과 관련해 공조수사를 벌인 네덜란드 등에선 영주권을 취득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B씨 부부의 신원과 거처도 확인하고 해당 국가와의 공조수사를 추진 중이다.

2010년 회원 100만 명을 넘어선 소라넷은 몰래카메라 영상과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려 유포한 성관계 동영상) 등 불법 음란물의 온상으로 지목돼왔다. 지난해엔 ‘워터파크 샤워실 몰래카메라’ 영상이 소라넷을 통해 유포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선 여성들을 중심으로 소라넷 폐지를 위한 청원운동까지 벌어졌다.

논란의 중심에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던 소라넷은 지난 4월 결국 철퇴를 맞았다. 경찰은 네덜란드와 국제 공조수사를 벌여 소라넷 핵심 서버를 압수수색해 폐쇄했다. 소라넷 운영진은 지난 6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소라넷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폐쇄하고, 트위터 계정도 탈퇴한다”며 백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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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음란사이트 '소라넷' 폐쇄 선언 "서비스 복구 예정 없다"



경찰 관계자는 “운영진 검거를 위해선 무엇보다 해외 수사기관과의 원활한 협조, 범죄자 인도요청 처리 문제가 관건”이라며 “이들이 수시로 거처를 바꾸고, 새로운 국가에서 영주권을 취득해 거주지를 바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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