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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를 꿈꿨던 해군 부사관 '기능장'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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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를 꿈꿨던 이지스 구축함의 통신 부사관, 두 아이의 엄마,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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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여자 해군 최초로 기능장에 오른 유지현 중사. 유 중사가 함정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를 손보고 있다. [사진 해군]

율곡 이이함(7600t)에서 근무중인 유지현(33) 중사에게 또하나의 타이틀이 생겼다. 기술자격 시험중 가장 높은 등급에 해당하는 '기능장'이다. 유 중사는 지난달 말 해당 분야 전문지식과 실무경험 갖춘 전문가들만 응시할 수 있는 국가기술자격 기능장 시험에 합격했다. 해군 관계자는 "산업기사나 기능사를 취득한 다음 실무에서 5년 이상 종사하거나 9년 이상 관련 업무를 해야 기능장에 도전할 수 있다"며 "여자 해군 가운데 기능장 시험에 합격한 건 유 중사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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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여자 해군 최초로 기능장에 오른 유지현 중사가 함정의 통신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해군]

유 중사는 지난 3월 율곡이이함 네트워크 장비 운용 임무를 수행하던 중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기능장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해군의 이지스구축함 2번함인 율곡이이함이 2010년 취역 이후 기능장 42명을 배출한 점도 유 중사가 기능장에 도전한 동기가 됐다.

함정이 출동하면 유 중사는 하루 8시간씩 당직을 맡고 남는 시간에 잠을 아껴 시험 공부를 했다고 한다. 함정이 정박해 집으로 퇴근할 때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재우고 밤늦도록 공부했다. 남편인 한덕수 상사도 해군 해난구조대(SSU) 요원이어서 유 중사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어려웠다. 쉽지 않은 환경을 뚫고 기술분야의 꽃인 기능장에 오른 셈이다. 주변에서 그녀를 또순이라고 부르는 이유다.유 중사의 꿈은 항공승무원이었다고 한다. 부산 동주대 항공운항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예비역 해군 원사인 아버지의 권유로 2003년 해군 첫 여군 부사관이 됐다. 당시만 해도 통신설비 전문지식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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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여자 해군 최초로 기능장에 오른 유지현 중사가 함정의 통신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해군]

'군인'이 된 유 중사는 군수지원함인 대청함, 구축함인 문무대왕함, 해군작전사령부 정보통신대 등에서 통신설비 기술을 익히며 전문성을 쌓아 나갔다. 휴식 시간을 쪼개 공부하며 정보처리 산업기사를 포함한 자격증도 5개나 땄다. 통신과 관련해 백지의 상태에서 시작해 달인의 경지에 오른 셈이다.해군 관계자는 "함정의 첨단무기체계를 직접 다루는 부사관의 전문성은 전투력의 핵심 요소"라며 "유 중사의 기능장 취득은 여군이 최고 수준의 업무 능력을 갖추고 전투력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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