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좀 늦추자는데…" 성내는 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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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는 15일 더욱 강경해졌다. 정대철(鄭大哲)대표가 검찰에 출두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여론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민주당에선 검찰을 성토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을 옹호하는 청와대 민정라인에 대한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사태는 민주당과 검찰의 충돌에다 민주당과 청와대 민정팀의 갈등까지 겹쳐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쇼핑몰 굿모닝시티로부터 4억2천만원을 받은 鄭대표는 이날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검찰에 대한 압력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당초 오늘 출두하려고 했는데 당과 국회에 급한 일이 있어 늦추기로 했고, 그런 뜻을 검찰에 전하려 했을 뿐"이라며 "일반인도 일이 있으면 늦추는데 무슨 압력이고, 수사회피냐"고 했다.

회의에서 검사출신인 박주선(朴柱宣) 제1정조위원장은 "대표가 청탁받은 게 아니라 정치자금으로 받았다고 했는데 (검찰 등이) 이를 수사 교란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적법한 절차를 요구하는 등 정당한 항의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주류 의원들 40여명의 모임인 '열린개혁포럼'도 鄭대표를 거들었다. 이 모임은 "鄭대표가 집권당의 현안을 처리한 뒤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한 것은 대표의 소임을 완수하면서 법도 준수하겠다는 것이므로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평검사와의 대화 이후 검찰이 감정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며 검찰을 자극했다. 민주당은 율사 의원들로 鄭대표 공동 변호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咸承熙)의원은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고 여론몰이식으로 수사하는 관행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석호(文錫鎬)대변인도 "요즘은 '검사공화국'같다"며 咸의원 주장에 동조했다.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은 청와대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 라인에서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을 반대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건 文수석 사견일 뿐"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文수석이 정치를 너무 모른다" "자기만 독야청청(獨也靑靑)한 체 한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민주당에 불리한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鄭대표의 처신뿐 아니라 검찰총장의 국회출석 추진도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은 과거엔 그걸 찬성했지만 지금은 냉담하다. "여당 대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여당이 검찰총장을 국회로 부르겠다고 하는 것은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의도"(朴振대변인)라고 했다.

한나라당 법사위원들도 모두 "민주당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어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을 제도화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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