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소년 다윗상' 500년만의 목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소년 다윗이 5백년 만에 목욕 좀 하겠다고 하자 세상이 시끄러워졌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아카데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거장 미켈란젤로의 '소년 다윗상' 얘기다.

15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피렌체 문화재 당국은 2004년에 완성 5백주년을 맞는 다윗상을 오는 9월부터 습포제와 증류수로 목욕시키기로 결정했다.

대리석 조각인 '소년 다윗'이 조각 표면의 작은 구멍에 먼지가 쌓이고, 습기에 부식되면서 석고 가루가 떨어지는 등 각종 '노인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피렌체 문화재청은 이탈리아 정부 문화재복원위원회의 조언을 받아 목욕 작업을 시작한다. 워낙 세계적인 문화재여서 한번 목욕하는 데 최소 7~8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이 '목욕 계획'이 반대에 직면하면서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컬럼비아대 제임스 벡 역사학 교수 등 39명의 문화재 전문가들이 "피렌체 문화재청이 계획하는 목욕 방법은 너무 거칠어 다윗상의 본래 모습을 훼손할 수 있다"며 계획 철회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나이를 먹은 만큼 '세월의 종기나 부스럼'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도 예술품의 가치를 보존하는 더 좋은 방법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