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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하가 횡령한 서남대 330억, 한려대 팔아 메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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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남대, 2018학년부터 의대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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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하

2018학년도부터 서남대 의대(전북 남원시)가 폐과되고 4년제 대학인 한려대(전남 광양시)가 폐교된다. 의대가 폐지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는 서남대 구재단 측이 의과대학 폐과와 한려대 폐교를 내용으로 하는 정상화 방안을 제출했다고 7일 발표했다.

6년 연속 부실 대학 지정 경영난
병원 3곳도 팔아 교육여건 개선
기존 의대생은 인근 대학 편입

한려대는 서남대 설립자인 이홍하(78)씨가 세운 대학이다. 이씨는 자신이 설립한 대학 4곳에서 897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31일 실형이 확정됐다. 서남대는 2010년부터 정부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해 왔고 지난해에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았다. 교육부는 구재단이 제출한 정상화 방안을 검토하고 이를 수용할 방침이다. 폐교·폐과될 경우 재학생은 인근 대학으로 특별 편입학한다.


서남대 옛 재단 측 자구안 제출



1991년 문을 연 서남대는 94년 정부의 의과대 설립 허가를 받고 95년 전북 남원캠퍼스에 의과대학을 세웠다. 하지만 설립 인가를 받은 지 20년 만에 스스로 의대 문을 닫기로 했다. 의대가 폐지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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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교육부에 따르면 서남대 구재단 측은 지난 3일 대학 정상화 방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서남대 의대를 폐과하고 한려대(전남 광양시)를 폐교한다는 내용이다. 두 대학은 모두 이홍하(78)씨가 설립했다. 이씨는 이외에도 신경대(경기도 화성시), 광양보건대(전남 광양시) 등 4개 대학의 설립자다. 그는 서남대 교비에서 330억원을 빼돌리는 등 자신이 설립한 대학 4곳에서 89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31일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이 확정됐다.

의대 폐과와 한려대 폐지는 설립자의 비리와 대학 부실 운영과 관련이 깊다. 서남대는 의대를 제외한 신입생 충원율이 20~30%에 불과할 만큼 부실 운영을 이어왔다. 대학 구조개혁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10년 정부가 지정한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에 이름을 올린 서남대는 2014년까지 매년 ‘재정지원 제한대학’ 또는 ‘경영 부실 대학’으로 선정됐다. 2015년에도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으면서 정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6년 연속 부실 대학으로 지목된 것은 서남대가 유일하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재학생의 학자금 대출에도 제한을 받게 되면서 서남대의 신입생 충원율은 10%대로 떨어졌다.

재단 측은 한려대를 자진 폐교하면서 재산을 매각해 횡령금 330억원을 보전하는 자구책을 택했다. 또 서남대 의대를 폐과하면서 녹십자병원·남광병원·남원병원 등의 건물과 수익용 재산 등 약 460억원 규모의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을 매각해 교육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대학의 자진 폐교는 이번이 네 번째다. 교육부는 “정상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진 폐교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서남대 의대가 2018학년도에 폐지되더라도 올해 고3은 여기에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올해 고3이 내년에 입학하더라도 재학 중 폐교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방대 의대는 웬만한 수도권 지역 공과대보다 커트라인이 높아 늘 이과 수험생의 관심의 대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남대 의대 폐지 시점이 2018학년도이기 때문에 2017학년도엔 대학이 모집을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곧 폐교될 수 있어 학과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남대 의대(입학정원 49명) 재학생들은 대학 간 협의를 거쳐 인근 의대로 정원 외 특별편입된다. 인근엔 전남대·전북대·조선대 등이 의대를 두고 있다. 한려대(입학정원 370명) 학생들도 유사 학과가 개설된 타 대학으로 특별편입하게 된다.

서남대 의대 폐과 이후 의대 정원 49명의 처리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협의해 결정한다. 호남 지역 대학들은 서남대 의대 정원을 흡수하려 하고 있다. 특히 목포대와 순천대 등이 “의대가 없는 전남에 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며 유치에 적극적이다. 순천이 지역구인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 목포가 지역구인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이 모두 ‘의대 유치’를 공론화한 바 있어 서남대 의대가 폐과되면 유치전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복지부는 서남대 의대 정원을 기존 국립대에 주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을 선발하기 위한 별도의 국립보건의료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부의 발표에 대해 서남대는 충격에 휩싸였다. 박창선 서남대 기획처장은 7일 “교육부가 구재단과 협의해서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학교 구성원들은 알지도 못하고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의대 관계자도 “그동안 고생만 시켜놓고 구재단이 갑자기 발표한 것이라 황당하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남원=김준희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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