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정] 우리아이 美대학 진학준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임정옥(40).김정순(42).송이혜(39)씨는 강남 8학군에서 초.중학생 자녀를 둔 맹모의 후예들. 이들이 지난 10일 대원외고를 찾았다.

요즘 한창 관심을 끌고 있는 미국 대학 진학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다. 일반고를 졸업하고도 미국 대학 진학이 가능한지, 방학 동안에는 뭘 준비해야 할지도 궁금했다.

대원외고는 1998년부터 해외 유학반인 SAP반을 운영, 매년 수십명의 학생을 미국의 유수 대학에 입학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 학교에서 처음으로 SAP반을 만들어 외고 특수붐을 조성한 김일형 교감. 그리고 이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인 SAP반 담당 스티브 허 선생님이 엄마들의 소나기 질문에 답했다. 궁금함도 많고 교육 열의도 커 인터뷰는 두시간을 훌쩍 넘겼다.

-임정옥= 우리 애는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미국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나.

-스티브 허= 물론 가능하다. 불리할 것도 없다. 영어는 잘 해야한다. 한국적 특성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우리 학교 졸업생 중 외국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학생이 하버드에 합격한 적이 있다. 사물놀이.국악 등을 잘 하고 에세이도 한국 토종 냄새가 나도록 썼다. 다른 나라 응시자가 갖고 있지 않은 특성.끼 등을 보여주면 좋다.

-김정순=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 돼야 하나.

-스티브= 미국에는 약 4천개의 대학이 있어 어느 대학이든 입학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부모들이 선호하는 주립대학 수준 이상은 최소한 토플성적이 CBT 2백50점(과거 6백20점 정도) 이상 이어야 한다. 아이비리그 수준의 최상급 대학(17개 정도)은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1천6백점 만점에 1천5백점 이상이어야 하고 상위 25위권은 1천4백점 정도는 돼야 한다.

-송이혜= SAT에 대해 설명해달라.

-스티브= SAT는 대학에 진학해 공부할 기본적인 능력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험이다. I과 II가 있으며 보통 SAT I만 본다. SAT I은 크게 영어와 수학으로 구성된다. 영어는 2005년부터 시험이 바뀌어 단어와 긴 문장 독해에 짧은 문장 독해가 추가된다. SAT II 중 영어 작문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

-송= 대학 응시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김일형= 주립대학 수준은 SAT와 내신성적만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유명 사립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크게 6가지가 필요하다. ▶ SAT 및 토플성적 ▶내신성적 ▶특기적성 ▶추천서 ▶자기 소개서(에세이) ▶ 인터뷰 등이다. 내신성적은 석차를 보지 않고 수우미양가 정도만 요구한다.

-김= 특기 적성은 무얼 말하며 어느 정도 중요한가.

-스티브= 동아리 활동과 사회봉사활동, 그리고 인턴십이 포함된다. 동아리 활동은 학과목 외의 예체능활동을 말한다. 미국 대학은 SAT와 내신성적 순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이 성적은 어느 수준 이상을 걸러내는 역할만 한다. 이후에는 특기적성이 중요하다.

-김교감=미국에서 봉사정신은 리더에게 매우 강조되는 덕목이다. 따라서 좋은 대학은 중요하게 여긴다. 몸으로 때우거나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하는 봉사활동은 별 의미가 없다. 예술을 전공하려면 큐레이터 등이 좋을 것이다. 환경단체에서 지역사회 환경오염을 조사하거나 사랑의 집짓기 운동 등도 권할 만하다.

-임=한국에서는 인턴쉽을 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스티브= 인턴십을 했다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미리 설계하고 현장체험을 해 봤다는 뜻이다. 미국 대학이 인턴십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같은 곳을 두번 이상 가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고교생 인턴을 받아주는 국내 기업이 드물어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송= 미국 대학은 창의성과 리더십을 갖춘 학생을 선호한다고 들었다. 어떤 스타일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가.

-스티브= 시험만 잘 보는 공부벌레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SAT 만점을 받고도 하버드대학에 떨어진 학생이 있는 반면 1천5백점을 받고도 합격한 우리 학교 졸업생이 있다. 그 합격자는 고교시절 동화책도 쓰고 자원봉사도 열심히 했다. 미국 대학은 재학생이 졸업한 후 그 학교의 이름을 빛내 줄 학생을 찾는다. 즉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사회의 리더가 될 학생을 선호한다. 능력이 있으면서 사회를 위해 봉사하려는 사람이 그런 스타일이다.

-임= 학비가 비싸다고 들었다.

-김교감=기숙사비를 포함해 연간 1만 2천달러부터 4만5천달러까지 든다. 여기에 잡비 등이 추가돼야 한다.

-김= 주변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준비하면 늦는다고 난리다.

-스티브= 일찍부터 뭘 준비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영어공부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면접.자기 소개서.추천서 등은 지원이 임박해서 준비하고 성적과 특별활동 등은 고등학교 때부터 관리해도 충분하다.

-송= 일반고 학생도 과연 그럴까.

-김교감= 나는 준비 기간보다는 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도 외국대학 진학반을 처음 운영하면서 쓸데없는 정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요즘은 인터넷 시대여서 얼마든지 개인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교육부에도 외국대학 진학을 위한 안내 창구가 있다. 공교육기관이 제공하는 정보가 보다 안전하고 유용하다.

-임= 두 선생님은 어떻게 정보를 모으는가.

-김교감= 인터넷을 이용하고 때로 미국 대학을 방문한다. 미국 대학이 우리 학교로 직접 와 대학 설명회를 열기도 한다. 이때는 전국에서 관심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참가한다.

-스티브= 한미교육위원단은 국내 토플 시험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의 인터넷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면 미국대학이 국내에서 설명회를 할 때 초청장이 간다. 인터넷을 통해 알고 싶은 사항을 물을 수도 있다. (www.toefl.org)에서는 토플에 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SAT I. II에 관한 정보는 (www.collegeboard.com)에서 찾을 수 있다.에세이 주제도 나온다. (www.princetonreview.com)은 미국대학 입시정보 사이트다. 추천서 받는 법, 에세이 쓰는 법 등에 관한 정보가 풍부하다.

-김= 외국대학 진학이 국내 대학 가는 것보다 쉽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김교감= 토플 성적만으로 갈 수 있는 대학도 있다. 쉽고 어렵고는 어느 수준의 대학을 목표로 하느냐에 달려있다.

-송=외국대학을 지원했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

-스티브= 미국에서 재수란 없다. 어떤 대학이든 진학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학교를 옮긴다.

-임= 엄마들이 어떻게 뒷바라지해야하나.

-스티브=솔직히 강남 학생들은 엄마들이 '만든' 학생이라 생각한다. 미국대학은 틀에 박힌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학마다 선호하는 스타일도 다 다르다. 브라운 대학은 개방적이고 튀는 애들을 좋아한다면 프린스턴 대학은 꾸준히 공부하는 애들을 좋아한다. 아이들의 특성을 살려주는 것이 필요하며 아이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경란 기자<moonk21@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