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하씨(80·안제소아과의원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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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울지방병무청이 자리한 용산구 후암동 고개를 잠시 내려가다보면 「안제소아과의원」이라는 간판이 붙은 일본식 고옥이 눈에 들어온다.
1929년 세브란스의전을 나와 함경도·평안도 등지에서 공의로 활동하던 안창하옹(80세)이 해방이후 지금까지 40년간 줄곧 소아과 의원을 운영하고있는 의료현장이자 자택.
『벌써 그렇게 되었나. 하긴 이 자리에서 개원한 날이 바로 서울에 미군이 진주한 날(1945년9월10일)이었으니까 만40년이 되는 셈이군 그래.』
오전진료가 끝나 어린이와 엄마들로 유치원처럼 붐비던 진료실안팎이 조용해지자 안원장은 회상하듯 말한다.
『실은 몇년전부터 진료를 그만두려고 했었소만 어린 환자들이 계속해서 찾아오니 나몰라라 할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이젠 하는데까지 해보기로 아예 생각을 바꿔버렸소.』
요즈음도 하루평균 50여명 정도의 꼬마환자들이 안제의원을 찾는 것은 우선 의사가 인자한 할아버지라서 아이들이 겁을 덜내기도 하거니와 거의 반세기에 달하는 개원연륜 때문에 단골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역생활은 안옹 자신에게도 어린이들의 건강을 보살펴 준다는 긍지, 적당한 긴장감, 또 육체적인 활동을 하게해 진료활동자체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받쳐주는 원동력이 되고있다.
『특별한 비결을 지니지도 않았는데도 이날 이때까지 심신이 모두 건전한 것을 보면 글쎄, 주님의 은혜라고나 해석할밖에…』
20여년간 후암장로교회의 장로직을 맡아온 독실한 신앙인답게 자신의 건강을 신의 은총으로 돌리고는 있지만 역시 남다른 무병장수의 기본틀은 소시적부터 갖춰온 것을 알수 있다.
우선 그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40분간 자신이 개발한 요가체조를 한다.
잠자리위에서 행하는 이 체조는 온몸을 일정한 횟수로 골고루 움직여주되 특히 허리운동을 중점으로 실시한다.
육체활동에 기둥이 되는 허리근육과 척추의 원활한 기능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는 동네근방을 산책하면서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로 시작되는 시편23편 구절을 암송하면서 마음을 정화시킨다.
안옹은 3남1녀의 자녀중 장남(성량·소아과의사)과 3남(성모·치과의사)에게 인술의 대물림을 하고 반세기를 해로해온 부인 김혜숙여사(75세)와 같이 후암동에 살면서 사는 날까지 의술을 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글 윤재석 기자 사진 신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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