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안해도 미신발업계 소생불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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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레이건」미대통령이 외국산 신발류 수입을 규제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한국의 수출 주종상품중 2위를 차지하는 신발류 수출의 앞날에 드리워졌던 어두운 그림자를 일단 벗겼다는 뜻에서 다행한 일이다.
「레이건」행정부의 경제각료들이 의회와 주지사들의 압력을 무릅쓰고 신발류규제를 거부한것은 미국 신발업계가 보호주의 조치로 소생하기에는 이미 사양화의 도가 지나치다는 실리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터」통상대표는 이번 결정의 근거가 ①소비자의 추가부담과 ②「경제적 국가관계에의 충격」에 대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또「레이건」대통령도 의회에 보낸 메시지에서『77년부터 81년사이 미국 신발업계를 보호해본 결과 오히려 더 취약해졌다』고 지적하고 보호주의없이 그대로 방치해 봤더니 신발업계가 더 잘 적응하더라고 결론지었다.
미국의 유력지들도 연일 사설과 해설을 통해 만약 미국이 신발수입을 규제할 경우 이 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 3만3천명의 일자리를 되살릴 수 있기는 하겠지만 이 때문에 소비자가 부담해야되는 추가 비용을 따지면 되살린 일자리 하나당 연간6만8천달러가 든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신발업계 종사자 1인당 연봉이 평균 1만2천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신발시장은 이미 78%가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신발로 메워지고 있다. 미수입 신발류중 29%가량은 자유중국산이고 브라질산이 l8%, 한국산 17%, 이탈리아산 17%, 스페인산 8%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계야말로 미국의 탈공업화 현상의 모델이며 통상실무자와 언론 및 일부업계대표까지도 이를 시인하고 있다. 미국내 주요 신발메이커들이 외국신발수입업을 병행하고 있는데서도 그런 자체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발류수입에 관한 결정을 앞두고 20명의 주지사가 백악관으로 편지를 내고 40명의 상원의원과 1백68명의 하원의원들이 각각 「레이건」 대통령에게 신발류 규제를 강력히 실시하라는 연기명 서한을 냈다.
이들의 메시지는 신발류에 대한 규제가 실시되지 않을 경우 의회는 가을회기에 강력한 보호주의 입법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의회에는 3백여건의 보호주의 법안들이 제출되어 있다. 이중에서 한국·일본·대만·브라질에 대해 대미수출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모든 수입품에 대해 25%의 부가관세를 부과하자는 이른바 「로스텐코우스키」법안이 가장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와같은 의회쪽의 움직임은 1천2백30억달러로 크게 불어난 미국의 84년도 무역적자를 86년 중간선거와 88년 총선에서 정치 이슈화하려는 민주당쪽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공화당쪽에서도 이 문제가 정치 이슈화할 기미를 눈치채고 이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이와같은 태풍의 눈 가운데서 신발류규제를 둘러싼 공방전이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신발 류 규제를 않기로 한「레이건」 의 결정은 한국등 통상 대상국에 다행한 것이지만 이를 계기로 유발될 의회의 보호주의 입법활동이 가을회기에 보다 큰 먹구름을 물고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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