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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서 열차 타고 평양으로|한적 대표단 북으로 가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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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판문점=합동취재반】출근길의 시민도, 등교길의 학생도, 대표단의 출발을 지켜보며 한마음의 바람을 담아 뜨겁게 손을 흔들었다. 『부디 이번만은 통일로 가는 큰 결실을 맺어 오기를….』
시민들의 희망과 기대 마냥 하늘은 맑아 푸르렀고 북으로 뻗은 통일로엔 아침햇살이 눈부셨다.
12년1개월 만에 84명의 한적대표단이 다시 북한땅을 밟은 26일, 연도의 시민과 84명의 대표단은 손을 마주 흔들며 통일의 결의를 마음으로 함께 다지는 모습이었다.
상오7시50분 남산 한적본부를 출발한 대표단은 사직터널∼불광동∼통일로∼판문점을 거쳐 상오10시 분계선을 넘었다.
◇판문점=이날 상오9시20분부터 북측경비병 휴식소로 사용되던 퀀시트 건물에 마련된 「입북사열실」에서는 간단한 수속절차가 진행.
먼저 기자단 중 10명의 기자가 절차를 밟고 넘어갔는데 수속은 우리측 대표단의 성명과 직책·사진이 부착된 명부를 보며 양측의 적십자사직원 각각 1명씩이 확인하는 방식.
잠시 후 이영덕 우리측 수석대표를 선두로 한 나머지 대표단이 사열실에 입장했는데 이들은 수속을 밟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입북수속을 마친 이 수석대표는 판문각 계단아래서 미리 기다리고있던 이종률 북측단장과 반갑게 악수.
지난5월의 제8차 적십자회담 이후 88일만에 다시 만난 양측 수석대표는 북측이 이번 회담을 위해 새로 건축한 통일각까지 걸어가면서 담소.
걸어가는 동안 카메라기자들의 치열한 플래시 세례를 보고 북측 이단장이 『다른나라 대표와 만나면 이렇게까지 하겠느냐』 『얼마나 반갑고 기쁜 일이냐』고 하자 우리측 이 수석대표는 『자기책임에 충실하는 거죠』라고 대답.
이어 우리측 이 수석대표가 『늦더위가 심한 것 같다』라고 하자 북측 이단장은 『이선생은 늦더위에 건강이 이상 없느냐』고 물으면서 『서울이나 평양이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말해 평양도 무더위가 심함을 시사.
○…판문점을 떠나기 직전 이영덕 우리측 수석대표와 이종률 북적단장은 상오9시35분부터 북측 통일각 대표자문위원 대기실에서 약7분간 환담.
이 수석대표가『고향방문단 교환은 우리민족에게 아주 기쁜 경사』라고 말하자 이단장은 『지난번 서울회담 때 많은 환대를 해주셨는데 이번 회담에서도 우리 전 주민들이 많이 환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상오9시40분쯤 담소를 끝낸 양측 대표들은 통일관 서쪽문으로 나와 북적측에서 준비한 연한 하늘색벤츠승용차 14대와 버스1대에 분승.
이 차들은 모두 새로 구입한듯 별로 사용한 흔적이 없는 신형.
그러나 수행원과 수행기자들이 탑승한 버스들은 3대의 창문이 모두 검정색으로 선팅되어 있었는데 햇빛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기자들의 취재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짙은 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게다가 안에서는 열 수 없는 폐쇄한 창문이었다.
한편 우리대표단과 수행원을 태운 버스는 통일각 북쪽문을 빠져나가 9시50분쯤 북으로 향했다.
○…한적대표단 일행은 당초 판문점에서 평양까지 대표단은 승용차편, 기자 및 수행원은 버스 편으로 가도록 종전관례에 따라 사전 연락관 접촉에서 합의되었으나 북측은 이날 아침 돌연 변경.
판문점부터 개성까지는 승용차와 버스, 개성부터 평양까지는 전용열차 편으로 가게돼 있다고 통보.
이같은 계획변경을 이날 아침에야 알게된 한적측은 북측에 대해 가볍게 항의하는 한편 북측이 계획을 갑자기 바꾼 이유가 도로변에 있는 군사시설 등의 보안유지를 위한 것이 아닌가고 분석.
○…우리측 대표단 일행의 화물은 대표단트렁크 84개 등 모두 1백21개의 트렁크와 방송장비·인스턴트 식품들로서 대표단 입북사열장소인 북측경비병 휴게실 옆 군사분계선 상에서 북측화물버스 3대와 컨테이너 1대에 상오9시10분쯤 적재완료.
한편 북측은 지난해 수재물자 인수 때 그들이 동원했던 낡은 트럭이 화제거리가 됐던 점을 인식했음인지 이날은 깨끗한 3t짜리 일제화물버스 3대와 역시 3t짜리 화물컨테이너를 동원.
◇연도=대표단일행의 차량이 한적∼남대문∼시청∼정부종합청사∼내자호텔∼사직터널∼독립문∼불광동∼통일로∼임진각에 이를 때 연도는 기대와 흥분, 성원, 박수로 가득찼다.
특히 방학을 끝내고 등교하던 학생과 출근길의 시민들은 대표단에 손을 흔들며 『부디 큰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라』고 당부했고 대표단은 『잘 다녀오겠읍니다』라며 답례했다.
이날 연도에는 등교길의 학생, 출근길의 시민들 외에 별다른 환송인파가 특별히 붐비지는 않았으나 차량행렬을 본 시민들은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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