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수입규제로 홍콩경제 "기우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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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97년에 홍콩을 비판하기로 한 영-중공간의 협정이 성사된 뒤 회복기미를 보이며 또 한차례 붐을 일으킬 것 같던 홍콩경제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외형적 계수로는 성장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홍콩경제의 주류를 이루는 무역에서 특히 불안요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홍콩은 올 상반기동안1백45억 달러의 수출고를 기록, 작년동기대비 13.4%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를 근거로 홍콩장래에 관한 영-중공협상타결이후 홍콩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맞고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도 있으나 구석구석 그 내용을 들어보면 어두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무엇보다도 수출의 내용이 문제다.
전체수출은 13.4%의 신장 세를 보였으나 이는 재수출(중계수출)의 급신장에 큰 덕을 본 것이며 직수출(자체수출)은 오히려 76년이래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있다.
홍콩의 올 상반기 수출실적은 총l백45억 달러로 이중 재수출은 작년동기대비 41.6%나 증가한 67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홍콩에서 직접 만든 물건을 파는 직수출은 작년동기보다 3.4%가 감소한 77억6천만 달러에 그쳤다.
또한 작년 상반기에는 직수출이 80억3천만 달러, 재수출이 47억7천만 달러로 직수출이 전체 수출을 주도했으나 올해는 재수출주도로 전환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직수출이 감소됐다는 것은 국내 제조업이 부진했다는 것을 말한다.
홍콩의 제조업은 전자·섬유·완구·시계 등 4대업종이 주류를 이루는데 8월15일자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 지는 직수출부진으로 특히 전자와 섬유가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자의 경우 올3월말까지는 대-중공장사로 재미를 보았으나 중공이 외환부족 등을 이유로 3월 하순 갑자기 수입을 사실상 중단하는 바탕에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7월30일자 동방일보(중국어일간지)는 중공의 갑작스런 수입억제조치로 홍콩에 쌓여있는 VTR·컬러TV 등만도 45만대에 이르는 등 모두 1억1천만 달러 상당의 전자제품이 잠자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45만대라면 우리나라 가전3사가 올 상반기 동안 홍콩시장(중계무역포함)에 실어낸 물량과 비슷한 수준. 홍콩의 제조업체는 물론 중개상인들이 극심한 타격을 받고있는 것이다.
한편 세계적인 선박회사그룹인 YK파오그룹이 경영위기를 맞는 등 해운업이 어려움을 겪고있으며 금융업도 올6월 파산한 0TB(해외신탁은행)의 후유증을 아직도 앓고있다.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 중공시장의 수입 규제에 따른 직 간접수출 둔화, 섬유류 원산지 규정실시 등 미국의 규제조치 등도 수출경제에 어두운 면이다.
반면 작년 호황 때 축적된 돈들이 올 들어 부동산 증권 등에 투자되거나 내수(물건구입) 에 몰려들고있고 홍콩장래에 대한 불안도 상당히 진정된 것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영-중공간 홍콩반환협정이 체결된 이후 일부 중단됐던 초현대식 빌딩의 건축이 재개되고 그동안 잠을 자고있던 부동산경기가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있다.
영국계 홍콩재벌 홍콩랜드그룹(치지집단)은 지난3월 중단됐던 쌍둥이 건물을 다시 짓기 시작했으며 대외무역 발전 국(TDC)도 완차이 지구에 예정대로 국제전시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 지난 7월에는 홍콩의 한 재벌회사가 지은 아파트가 소동 끝에 거액의 프리미엄이 불어 분양되기도 했다.
그러나 건축경기중 상당수가 이미 영-중공협상 타결 전에 착공되었던 것을 계속공사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곳 전문가들은 실질성장률이 당초 예상 치인 7.2%를 훨씬 밑도는 5%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있다. <홍콩=박병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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