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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유리벽’ 건립에 카투사 힘 보태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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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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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카투사연합회장(왼쪽)이 지난해 8월 경기도 의정부 ‘캠프 잭슨’에서 열린 카투사 훈련 수료식에서 최우수 카투사를 격려하고 있다. 그는 “주한미군과의 우호 증진 행사가 활발하다”고 했다. [사진 김종욱]

“6·25전쟁에 8000여 명의 카투사들이 참전해 전사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카투사 선배의 넋을 기리는 데 카투사연합회(전우회)도 당연히 모금운동을 진행해야죠.”

김종욱 대한민국카투사연합회장
카투사 예비역들 뜨거운 호응
건립 비용 140억 모금운동 시작
“미국 기념재단 측서 먼저 나선 건
한·미 관계 긴밀하다는 방증”

김종욱(61) 대한민국카투사연합회장은 “올해 미국에서 6·25전쟁 참전 카투사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의 유리벽’ 건립이 추진된다는 중앙일보 보도(5월 20일자 2면)가 나온 뒤 카투사 예비역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31일 말했다. 카투사연합회 홈페이지에는 ‘카투사연합회가 모금운동을 하지 않으면 선의를 보인 미국에 결례가 된다’ ‘모금운동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달라’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6·25전쟁 참전 카투사들은 거의 잊혀진 존재였다. 참전 미군은 미국에서, 한국군은 국내에서 각각 추모해 온 반면 전쟁 당시 ‘미군 부대에 배속된 한국군 병력’으로 불린 카투사 전사자는 어디에서도 챙기지 않았다. 휴전 뒤 미군이 주둔하게 되면서 카투사(KATUSA·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란 조직과 명칭도 뒤늦게 만들어졌다.

김 회장은 “전쟁 땐 카투사라고 불리지도 않았고 미군 부대 소속의 한국군이란 애매한 지위 탓에 양국 정부가 카투사 전사자 관리에 소홀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카투사 전사자 중엔 무명용사로 기록된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재단에서 카투사 추모사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은 감격 그 자체였다. 6월 25일 미국 워싱턴DC의 한국전쟁 참전기념공원에서 카투사 7097명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는 호명식을 처음 거행하고 ‘추모의 유리벽’을 건립해 이들의 이름을 새긴다는 내용이다. 애초엔 카투사 4360명의 호명식이었는데 국방부 등이 수소문한 끝에 카투사 전사자 3000여 명을 더 찾아냈다. 길이 28m·높이 2.2m의 ‘추모의 유리벽’에는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3만6947명의 이름도 새긴다.

김 회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전쟁 카투사 전사자 호명식’에 참석한 뒤 미국 기념재단 측과 ‘추모의 유리벽’ 건립을 위한 지원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건립 비용(약 140억원)에 보태기 위해 카투사연합회 차원의 모금운동도 시작한다.

그는 또 현재 흩어져 있는 주한미군관련 단체를 한데 모아 주한미군전우회를 만들 계획이다. 김 회장은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으로 복무한 이들이 350만 명이고, 그들 가족까지 더하면 1000만 명의 지한파(知韓派)가 생기는 셈”이라며 “예컨대 도널드 트럼프가 한·미 동맹을 흔드는 발언을 할 때 한국을 옹호해줄 수 있는 우리 편이 있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회장은 “미국의 기념재단 측에서 먼저 카투사 추모사업에 나선 건 그만큼 한·미 관계가 긴밀하다는 방증”이라며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화답해 한·미 관계를 격상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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