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 파문] "검찰총장 나와라" 與 보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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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진행돼온 '정대철 파문'이 마침내 집권당과 검찰의 정면충돌로 번졌다.

굿모닝시티로부터 4억2천만원을 받은 것을 시인한 뒤 곧바로 대선자금 폭로 협박으로 청와대와 정치적 타결을 모색했던 鄭대표의 전략은 청와대 측의 원칙론을 앞세운 달래기로 일단 무위로 끝났다.

대신 민주당이 앞장서서 검찰총장의 국회 소환을 추진하는 등 검찰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검찰은 성역없는 수사를 외치며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태세다. 鄭대표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지를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청와대-민주당-검찰의 3각 수읽기와 전략을 짚어본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14일 자신이 소집을 지시한 확대간부회의에 나왔다. 이 자리에서 鄭대표는 추가 폭로가 있을 것이라던 일부의 관측과는 달리 자세를 낮췄다.

그는 "모든 것은 내가 부족하고 부덕한 때문이다. 내 자신을 더욱 엄격하게 가다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굿모닝시티 돈을 전액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대표직 유지 ▶당과 국회 수습 후 검찰 출두라는 기존 입장도 확인했다.

鄭대표 측은 13일 밤 청와대 문희상 비서실장.유인태 정무수석과의 대화로 일단 여권 내부의 대표사퇴론은 일단락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해 흘리면서 청와대와 정면대결을 벌이려던 당초 계획을 수정하는 분위기다.

한 측근은 "정무라인에선 '盧대통령은 안타까워하고 있고 돕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고, 민정라인에선 '검찰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믿어지지 않는 얘기지만 민정수석이 검찰과 조율할 수 있는 라인이 없다고 강변하니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 "고 털어놨다.

대신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鄭대표는 15일의 검찰 소환 요구엔 불응키로 했다. 대신 당 회의의 결론이란 형식으로 검찰 측에 鄭대표 소환 시기를 연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이 이 같은 결정을 검찰에 통보했다. 회의에선 "검찰이 집권당 대표를 마치 범죄인 다루듯 강제소환이니, 영장발부니 하는 말을 하고 있다"면서 "鄭대표가 불응하는 모양새를 보이면 자칫 여당과 검찰 간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검찰 성토 발언이 나왔다.

동시에 민주당은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검찰이 형사 피의자의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난 행동을 했을 뿐 아니라 집권당 대표의 위상과 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국회 차원의 제도적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鄭대표 측은 악화된 시중 여론을 누그러뜨리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鄭대표가 '대가성 없는 후원금'이란 점을 강조하고, 문제의 돈을 사건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한 것도 여론을 의식한 제스처다.

이는 검찰이 알선 수재죄를 적용, 뇌물로 몰아갈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한 측근은 "영수증 처리가 안된 부분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감수하지만 검찰이 수뢰로 몰고갈 경우 강력히 대응한다는 것이 鄭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결국 검찰을 압박하고 여론을 누그러뜨려 정치자금법 위반쪽으로 수사의 방향을 돌리도록 하고 벌금형 정도의 경미한 처벌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하자는 것이 鄭대표 측의 기대인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에 대한 강경 대응에는 검찰의 기획사정(司正) 의혹도 자리하고 있다. 鄭대표는 이번 자신의 사건을 포함해 현 정부 들어 검찰 수사가 여권의 이른바 '인적 청산'구상과 맥이 닿아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정민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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