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외길…방법론놓고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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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학원안정법을 보는 신민당의 시각은 상당히 고정되어있는 편이다. 정부의 법시안이 알려지기 전부터 대부분의 신민당 의원들은 이법의 문제성을 거론하면서 「결사저지」 이심전심의 투쟁목표로 삼았을 정도다.
야당의원들의 이같은 태도는 소속의원들에게 법조문을 검토할 겨를도 주지않고 통과 관철을 당방침으로 정한 민정당쪽 사정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급격히 여야정면대결의 국면을 조성하게 된 셈이다.
신민당의 고민은 행동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과 사태의 불실감에 있다.
다시말해 희생과 불길한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극한 반대투쟁이라는 외길을 가지않을수 없다는 판단이다.
저지목표에 관한한 이미 나뉘어질수 없을 정도로 확고하고 투쟁방법에 대한 급박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신민당의 투쟁전략은 우선 원내에서의 법안통과 저지 및 재야세력과 연계한 원외투쟁으로 대별된다. 이를 위해 이민우총재는 8일 김대중 김영삼씨와 만나 상당히 구체적인 전략까지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투쟁은 먼저 민정당측에 법안철회를 종용하고 그것이 안되면 법안의 상정단계에서부터 필리버스터, 물리적 저지등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 저지작전을 편다는 것이다.
신민당은 이법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문수정등 일체의 대안제출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며, 따라서 조문내용을 따지는 토론과정도 무의미하다고 본다.
그래서 신민당의원들에게는 벌써 법안의 내용은 시비의 단계를 넘어선것같은 인상이며「강경」 「극한」의 반대표시방법을 두고 고민하는 양상이다.
현재 의원들간에는 두 갈래의 흐름이 있다.
첫째는 학원안정법 저지를 그들의 존재이유와 결부시켜 자폭불사론을 펴는 흐름이다.
상당수 초선의원들이 이 대열에 서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이들은 학원법반대가 곧 국민의 편이라는 논리와 함께 이 문제로 12대국회가 단명하면 다음선거의 이슈는 바로 학원법이 될것이라는「확신」같은 것을 갖고있다.
그러나 다수 의원들은 의원직사퇴등의 과시가 능사가 아니라는 신중론을 지지하고 있고 특히 김대중씨가 그런 편이다.
김씨는 『의원은 의원직을 갖고 끝까지 원내투쟁을 해야하며 등원거부나 의원직사퇴는 패배주의적 소산』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의원직 사퇴등 일부의 돌출적 강경이 자칫 내부균열을 가져올것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신민당의 저지전략은 국회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위에 출발하고 있으며 민추등 재야단체와 연계하여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데 초점을 두고있다.
그러나 재야단체와 손을 잡는 시기와 방법에 관해서는 우선 김대중씨와 김영삼씨간에도 견해차이가 있다.
김대중씨는 신민당이 먼저 원내예서 전위대 역할을 하고 투쟁단계에 따라 재야가 개입해야 하며, 민추가 앞장서거나 독주한다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동교동계는 학원법저지 투쟁이 파국의 빌미가 될수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반면 김영삼씨는 「민주화저지」라는 입법의도가 뻔하고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길외에 방법이 없을바에야 당장 모든 재야단체와 연합기구를 구성해 대대적인 국민운동을 벌이자는 주장이다.
이같은 양론에도 불구하고 신민당과 민추는 원내투쟁과 장외공세를 병행할 채비를 착착 갖춰가고 있다.
민추안에 이미 학원법저지투쟁위원회가 구성됐고 대소집회·홍보전단제작 계획이 공동으로 진행중이다.
학원안정법 저지투쟁과 개헌추진을 연결시키는 문제도 신민당과 민추에는 큰 과제다.
두가지 운동을 함께 벌이면 초점이 흐려진다는 견지에서 개헌문제를 잠시 접어두고 일단 학원법저지에만 전력투구하자는 주장과, 두개는 불가분의관계에 있으므로 공동추진하자는 의견이다.
다만 두가지 과제가 모두 여야간에 대화로 풀리거나 정부 여당의 양보를 기대할수 없을바에야 학원법 저지를 통해 야권의 국민동원력을 시험해 볼수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있는것 같다.
그래서 차제에 지방단위의 신민당조직을 민추조직과 접목시키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어쨌든 신민당과 민추는 학원법안을 놓고 타협점을 찾는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정부·여당이 강행 통과시키면 파국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신민당내에는 이런 대결과 파국이 정부 여당이 구상하는 큰 플랜의 전조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전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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