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은 나라점령돼도 중립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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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전술핵무기가 사용되는 제3차세계대전에 휘말려 불가피하게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연합군의 편에 서더라도 스위스는 가상적국인 바르샤바조약동맹국등 교전쌍방 모두에게 차별없이 은행대출을 계속할 방침인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스위스국방당국이 마련한 「전체국방훈련계획84∼85」란 비밀문서에서 드러난 것으로 지난해11월 취리히의 보켄 자이퉁지에 일부가 보도돼 담당기자가 군사기밀누설등 혐의로 투옥되는 수난까지 겪었는데 최근 파리의 리베라시옹지가 미공개부분을 입수해 상세한 내용을 전했다.
스위스 국방성비밀문서 가운데 리베라시옹지가 보도한 세계대전관련 시나리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3차대전을 가상한 이 계획에 따르면 바르샤바동맹군의 선제공격으로 스위스영토의 상당부분도 외국군에 점령됐다. NATO군은 스위스 연방정부의 허락아래 스위스 서부지역에 진주했고 바르샤바조약군은 모르는새 스위스 동부지역을 점령했다. 취리히 지역은 방사선낙진이 여전히 무겁게 내려앉고있다.
바르샤바군 점령지역에선 그들의 괴뢰인 스위스임시정부가 수립돼 기존의 연방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점령지역의 국민들은 보도기관의 전면폐쇄로 진상을 알 길이 없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제네바공항을 NATO군이 공군기지로 사용할수 있도록 허가, 그 통제아래 들어가도록 했다.
스위스국민들 사이에선 스위스연방정부의 NATO지원으로 바르샤바조약군의 보복공격이 격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견해가 나오고 한편에선 아예 중립노선을 버리고 완전히 NATO에 가담하자는 주장이 쏟아졌다-.
대충 이런 내용의 문서는 단순한 가상적 문서에 그치지않고 스위스 당국이 지난 연말에 실시한 「전체 국방훈련」때 실제로 훈련 시나리오로 사용, 스위스의 전통적인 방위개념에 큰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스위스의 원래의 국방전략은 어떠한 전쟁에도 엄정중립을 지키고 외부의 침략이 있을 경우는 스위스 단독으로 이를 저지한다는 것이었다. 중립국인 스위스는 각 가정에 무기를 상비하고 있는 65만명의 병력을 24시간안에 총동원할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민총방위이론에 국방을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위개념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이 시나리오의 입안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비록 외국군의 점령하에 들어가더라도 스위스는 교전쌍방 모두에게 은행대출을 하게될것』이라고 분명히 밝혀 「중립」의 한조각 여지는 남겨 놓았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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