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골프장, 입회비 전액 반환 의무없다” 대법원 첫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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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주인이 바뀐 회원제 골프장이 기존 회원들에게 입회비 전액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회생 절차를 밟는 체육시설업장의 승계 범위와 한계를 정한 최초의 사례다. 혹독한 불황을 겪고 있는 골프장업계에서 경영난 개선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회원제 골프장의 절반 가량이 자본잠식 상태다.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골프장도 20여 곳에 이른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법원이 경기도 안성의 회원제 골프장 '안성Q'의 회생계획을 인가한 데 반발해 기존 회원 242명이 낸 재항고를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안성Q'의 새 주인은 회원들이 애초 냈던 입회금의 17%만 돌려주면 된다. 나머지 83%의 채무는 소멸된다.

지난 2012년 자금난을 겪다 회생 절차를 신청한 안성Q 골프장 운영사 '태양시티건설'은 이듬해 법원에서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다. 새 투자자가 회사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면서 인수 자금으로 금융기관 채무의 67.13%를 변제하는 조건이었다. 태양시티건설은 빚 상당 부분을 탕감받게 됐다.

하지만 '(새 투자자는) 기존 회원들에게 회원 입회금을 17%만 돌려준다'고 한 변제기준이 문제가 됐다. 입회비를 떼이게 된 회원들은 100%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육시설업의 영업권이 제3자에게 넘어갈 때 회원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체육시설법 제27조)는 근거를 댔다.

대법원은 2년에 가까운 심리 끝에 회생계획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회원들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부실 골프장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회생계획이 취소되고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하면 결국 회원권은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안성Q 투자자가 지분만 인수했을 뿐 운영사가 바뀐 게 아니므로 체육시설법이 규정한 '영업권이 제3자에 넘어가는 경우'가 아니라고 해석햇다. 회원들은 "금융사보다 변제율이 낮다"고 반박했지만 대법원은 "17%도 기타 채무자에 비해선 우월한 조건"이라고 봤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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