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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TV마저…생산거점 줄줄이 해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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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전자업체의 차세대 주력 상품인 디지털 TV의 생산, 기술 개발 거점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끌어갈 미래성장 엔진들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TV는 고부가가치 제품이지만 해외에서 조립.생산하면 인건비 절감이나 관세 혜택 등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면서 "공장을 짓기 힘든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은 해외로의 진출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TV 생산 거점이 해외로=삼성전자는 2000년까지 해외 디지털 TV 공장이 전무했다. 그러나 일반 TV 사업장이던 멕시코 티후아나는 2001년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중국 톈진(天津)공장이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장은 지난달부터 디지털 TV를 생산했다.

스페인 공장의 경우 브라운관 TV 라인을 모두 헝가리로 이전한 뒤 LCD TV와 PDP TV만을 생산하고 있다. 멕시코는 PDP TV와 프로젝션 TV에 이어 최근엔 LCD TV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유럽 지역의 디지털 TV 방송 실시에 맞춰 헝가리.슬로바키아 등지의 TV 공장에서도 디지털 TV를 생산하는 등 전세계 11개 TV 생산법인을 점차 디지털 TV 사업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올해 디지털 TV 해외 생산 비중은 40%에 달할 전망이다.

LG전자의 경우 전체 디지털 TV 생산량 중 해외 생산 비중이 지난해 25%에서 올 들어 40%로 급증했다. 컬러 TV를 생산하던 선양(瀋陽) 공장이 2001년 7월 연간 3만대 규모의 PDP TV 생산에 들어간 데 이어 멕시코 레이노사 공장은 지난해 11월, 영국 웨일스 공장은 지난 3월 PDP TV 생산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또 중국 난징(南京)에 연산 24만대 규모의 PDP 모듈 공장을 오는 10월 완공한다. 폴란드 TV 공장도 내년 8월까지 디지털 TV 공장으로 전면 개조해 20만대의 디지털 TV를 생산하는 유럽의 생산 거점으로 삼을 방침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현재는 디지털 TV를 구미 공장에서만 생산하고 있으나 오는 8월부터 폴란드 TV 공장을, 연내에 멕시코 TV 공장을 각각 PDP TV와 프로젝션TV, HD(고화질)TV 등을 생산하는 디지털 TV 공장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 회사는 해외 공장의 디지털 TV 생산 비중을 올해 안에 10%까지 늘리기로 했다.

◇R&D센터도 해외로=삼성전자는 최근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에 디지털 TV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삼성 인도 소프트웨어 센터'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영국.폴란드.미국.중국에 이어 인도에 디지털 TV 연구소를 설립함으로써 전 세계에 디지털 TV 연구소의 글로벌 체제를 구축했다. 인도 연구소의 오영남 소프트웨어 센터장은 "올 연말까지 인력을 현재(36명)의 2.5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일본.독일.미국에 이어 지난해 중국에 디지털 TV 관련 R&D센터를 설립하는 등 해외 연구소를 확장하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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