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개발 앞선 투기예방조치 |문답식으로 풀어본 대덕연구단지의 「토지거래 허가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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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토지거래허가제가 8월부터 충남 대덕연구단지에 첫 실시된다. 토지거래신고제가 신고만 하면 거래에 직접 영향이 없는데 비해 허가제는 거래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사유재산권 행사의 제한과 관련, 문제점이 많다.
토지거래허가제실시의 배경과 내용 문제점 등을 문답식으로 풀어본다.
-올 들어 부동산투기도 잠잠하고 경기도 침체되었는데 왜 갑자기 토지거래허가제를 실시하겠다는 건가.
▲전국적으로 부동산경기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나 중부권만은 중부고속도로착공과 대전행정도시이전 등으로 땅값이 상대적으로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있다. 특히 대덕연구단지내, 대전신성동지역 등은 상반기동안 논밭이 20%나 올랐다.
대덕단지는 과기처가 앞으로 일본쓰꾸바과학도시처럼 기술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말하자면 현재 이 지역에 땅투기가 심해서라기보다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예상되는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한 사전예방인 셈이다.
-대덕 연구단지는 앞으로 어떻게 개발되는가.
▲대덕단지는 이미 77년에 산업기지개발구역으로 지정, 일부가 개발돼 표준연구소·충남대 등 14개연구·교육기관이 들어가 있다. 과기처는 그러나 단지개발계획을 이번에 전면 재조정, 재수립키로 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과기처가 발표할 예정이나 오는 2천년까지 40개연구·교육기관을 유치, 세계적인 첨단기술도시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87년에 한국과학기술원 기계연구소가 들어가고 과기처도 90년 이후 이곳으로 옮길 계획이다.
-대덕단지를 모두 공영개발방식으로 개발한다는데 어떻게 하나.
▲토개공이 시행기관이 되어 이미 공영개발에 착수, 작년부터 땅 매입을 시작했다.
토개공은 대덕단지 8백40만평을 88년까지 연차적으로 매입, 단지조성을 끝낼 계획이다. 국토이용 관리법상 지역에 한번 토지거래허가제를 실시하면 실시기간이 5년이나 이번에 실시기간을 88년8월4일까지 3년으로 잡은 것도 바로 토개공이 단지전체를 매입할 때까지만 시행하겠다는 뜻이다.
-땅을 모두 사들여 공영개발을 하겠다며 땅주인들이 보게될 피해도 생각지 않은 채 구태여 허가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는가.
▲허가제가 실시되면 장래에 토개공에 모두 매수될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사실상 거래가 끊길 것이 예상돼 땅주인이 땅을 팔고싶어도 못 팔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공공기관에 매수될 땅이므로 가격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너무 행정편의만을 고려해 허가제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는 점도 사실이다.
-허가는 어떻게 받나.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가 계약신고서에 권리의 종류·지형·지적도·토지등기부등본·토지의 이용계획실명서 등을 갖춰 계약체결 25일전에 허가신청을 해야하다.
-허가신청을 받으면 처리는 어떻게 하나.
▲신청을 한지 25일이 지나도록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통고가 없으면 허가를 받은 것이므로 계약체결을 하면 된다.
그러나 해당 시장·군수가 토지의 이용 목적이 부적합하거나 거래가격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거래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또 신고제와는 달리 자기가 살집을 짓거나 농사용·공익사업 이외의 용도로 땅을 살 때도 허가가 안 된다.
-허가신청 자체를 안 하면 거래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 아닌가.
▲신청부터가 없는데 현실적으로 거래사실을 당국이 알아내기는 힘들다. 그러나 신고제는 신고기피를 해도 계약자체는 유효하고 등기도 가능하나 허가제는 계약자체가 무효화되고 등기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신고자체부터 기피하거나 허위신고허가를 받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이번에 허가제가 실시될 대덕단지의 경우 토개공이 결국 땅을 모두 매수한다는데 가격결정은 어떻게 되나.
▲토개공은 이미 대덕단지의 땅및 건물실태조사에 착수, 연차적으로 계획을 세워 이를 사들이게 된다. 땅 매수는 땅주인과 협의매수가 원칙이나 불응하면 강제수용을 하게된다. 이때 매입가격은 건설부가 고시한 기준지가에 지가상승률을 감안해 결정되나 시세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공영개발과정에서 땅임자와 시행기관사이에 마찰이 빚어지는 점도 이 때문이다.
-이 밖의 지역에도 허가제를 실시할 가능성은. 가뜩이나 부동산경기가 죽은 판에 이번 허가제실시가 부동산 거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니가.
▲서울과 충남북 지역에 신고제가 실시된 후 한동안 토지거래가 뜸했던 점을 보면 이번 허가제실시가 부동산경기에 심리적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한다. 당국은 그러나 대덕단지의 허가제실시가 어디까지나 특수목적인 만큼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 판단하고있다.
투기조짐이 보이면 언제 어느 지역이든 신고제·허가제를 실시한다는 정부의 방침이다. 신고제도 전국적으로 실시 안된 만큼 허가제시행이 빠른 시일에 확대되리라고 예측하긴 어렵다.
-외국의 경우도 허가제를 실시하는가.
▲서독은 신개발·재개발 계획이 수립된 지역에 실시중이며 일본은 토지허가거래제가 입법화 되어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토지거래신고제· 유휴지제를 10여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허가제를 시행한 적은 없다. 토지의 공개념 도입과 공공목적에 부합한 이용도 좋지만 사유재산권의 침해라는 점을 감안해 우리의 경우 신중한 토지정책 운용이 절실한 점도 이 때문이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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