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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산 레몬·오렌지 검역 강화”…차이잉원 총통에 포문 연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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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취임 이후 양안 갈등이 예고되는 가운데 중국이 대만산 농산물에 대한 검역 강화 조치로 포문을 열었다. 25일 인민망에 따르면 중국 질검총국은 대만산 감귤류 과일에 대해 앞으로 1년간 검역 강화조치 시행에 돌입했다.

“궤양병원균 연속 검출” 내세워
단체관광·수산물 수입도 줄여
독립 노선에 대한 경고 조치인 듯

질검총국은 일선검역소에 내려보낸 통지문에서 “최근 푸졘성 샤먼(廈門)으로 들어오는 대만산 레몬·오렌지 등 감귤류에서 유해생물인 ‘감귤궤양병원균’이 연속으로 검출됐다”며 “병원균을 발견하는 대로 화물검사를 실시하고 반송처리나 압류 등의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과거엔 이런 조치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대만 신정부의 대만독립 노선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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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차이 정부 출범 전부터 대만으로 가는 단체관광 승인 숫자를 줄이고 제3국에서 체포된 대만인 범법자를 중국으로 송환토록 하는 등 유무형의 압력을 가해왔다. 감귤류 이외에도 대만산 파인애플에 잔류 농약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반품이 잇따르고 쥐노래미 등 고급 어종 주문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대만산 농수산물의 중국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 대만 농민들은 주요 소득원인 망고 수출에도 비슷한 조치가 내려질지 우려하고 있다.

한편 중국 당국은 25일에도 차이 총통에 대해 ‘92공식(共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재차 촉구했다. ‘92공식’은 대만이 중국에서 분리될 수 없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동의하되 명칭 표기 등은 각자 해석에 맡긴다는 합의를 말한다.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마샤오광(馬曉光)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차이 총통의 취임사가 만족스럽진 못해도 참고 받아들일 만하지 않나”는 질문에 “92공식은 양안관계의 근본에 관한 것이어서 돌아갈 수 없고 반드시 답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대만 신정부는 차이 총통의 취임사에 대해 “최선의 호의를 표시한 것”이라며 “중국과 지속적으로 대화·소통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 대변인은 이어 대만이 동남아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해 단일시장(중국)에 대한 의존을 탈피하겠다는 ‘신남향(新南向) 정책’에 대해 “(대륙에 투자한) 대만인 사업가들의 이익에 큰 손해를 불러오고 대만 경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92공식에 관한 한)모호성의 공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in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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