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레미콘공장 이젠 안돼”…세종시 난개발 뒷북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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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세종시가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주변 난개발 차단에 나섰다. 오는 6월 말부터 레미콘·아스콘 공장 등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시설은 지을 수 없고, 개발을 할 때 반드시 도로를 확보하도록 했다. 하지만 난개발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여서 뒷북 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2009년 개발제한 해제, 무차별 개발
환경 개선 위해 54㎢ 관리지역 지정
다가구주택 건립 땐 6m 도로 필수
건물 지붕엔 옥상정원 방식 권장

세종시는 24일 “신도시 주변지역에 다가주택·전원주택단지 등이 무분별하게 조성돼 자연훼손·도시이미지 실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쾌적한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절한 규제(성장관리)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지는 신도시 주변 6개 면(장기·금남·연기·연동·부강·연서) 중 관리지역(54㎢)이다. 시 전체 면적(465㎢)의 11.6%에 해당한다. 이 같은 방안은 의회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된다.

시는 기반시설 확보 차원에서 다가구주택 건립 등 개발을 할 때 폭 6m이상의 도로를 반드시 확보하도록 했다. 또 취락지역과 중점경관관리구역에는 레미콘·아스콘 공장, 도축장, 고물상, 석물 제조업 같은 환경 위해 시설은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건축물과 도로 사이의 거리는 2m 이상 확보해야 하고, 건물 지붕은 도시경관 차원에서 경사지붕이나 옥상정원 방식으로 조성하도록 했다.

현재 3단(높이 15m)까지 가능한 옹벽구조물은 경관보전을 위해 2단(높이 6m)까지만 허용키로 했다. 야적장·채석장 등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현장이나 병원·학교·도서관 등 시설 주변에는 방음벽을 설치해야 한다.

시는 특히 관광농원·버섯재배사·제재소 건립 허가를 받으면 10년간 다른 용도로 바꾸지 못하도록 했다. 관광농원과 버섯재배사 건립 등을 이유로 허가를 받았는데 산림을 훼손한 다음 전원주택 등의 용도로 전환하는 편법적 산지 개발이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계획적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계획관리지역 건폐율은 현재의 40%에서 50%, 용적률은 100%에서 125%로 각각 높였다. 이춘희 시장은 “지나치게 개발을 제한할 소지가 있으면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전환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추진하면서 신도시 주변지역 개발제한조치를 완전히 해제했다. 이후 2010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이들 6개 면 지역을 포함한 세종시 비도시지역에서 모두 3420건의 건축허가가 났다. 이 가운데 일반(단독)주택이 2351건으로 가장 많고, 다세대주택 1028건, 다중주택(개별취사 불가) 41건 등이다.

레미콘(6곳)과 아스콘(7곳) 공장과 도축장·고물상 등도 잇달아 들어섰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시가 출범한 2012년 7월 이후 주변지역 관리를 제대로 못한 세종시 공직자에게도 난개발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관리지역=‘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정해진 용도지역 중 하나다. 도시지역·농림지역·자연환경보전지역 사이의 ‘완충(緩衝)지역’이다. 필요에 따라 보전과 개발이 모두 가능한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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