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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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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따르면, 당시 히로시마에는 약 10만 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었다. 원폭의 결과, 약 2만 명의 한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히로시마 시민 20만 희생자의 10%에 해당하는 숫자다.

그럼에도 일본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 심지어 1970년 4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가 제막될 당시, 비석을 평화공원 안에 두지 못하게 했다. 공원 안에 위령비와 기념비가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재일 한인들의 꾸준한 노력 끝에, 1999년에 이르러서야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는 평화공원 안으로 옮겨올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폭 피해자가 많은 국가다. 지금도 전국에는 2600여 명의 원폭 피해자가 생존해 있다. 경남 합천에 있는 원폭피해자협회는 27일, 히로시마를 찾아 오바마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고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한 인정, 조사, 사죄, 배상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편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피폭 7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인 피폭자들의 피해 전모에 대한 조사, 사죄,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원폭피해자협회는 이런 현실 밑에는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과 원폭 투하의 원죄적 책임을 회피하는 미국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히로시마는 난징 대학살을 저지른 일본군 제 5사단 사령부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일본의 전범 책임을 둘러싼 피해국들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