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간지르면’ 안 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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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러 주어라.

여름날이면 생각나는 동요 ‘퐁당퐁당’의 가사다. 이 가사 가운데 틀린 표현이 있다고 하면 어리둥절해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간질러’가 문제다. 이 가사에서처럼 살갗을 문지르거나 건드려 간지럽게 한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간지르다’를 활용해 ‘간질러’라고 하기 쉽지만 ‘간지르다’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간지르다’는 ‘간질이다’가 맞는 말이다. 따라서 ‘간지르다’를 활용한 ‘간지르는, 간지르고, 간지르니, 간질렀다’ 등은 ‘간질이는, 간질이고, 간질으니, 간질였다’로 고쳐 써야 한다.

그럼 위 가사에 등장하는 ‘간질러’는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간질이다’의 ‘간질’에 ‘-어’를 붙여 ‘간질어’로 적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간질이다’의 어간은 ‘간질이-’이므로 여기에 ‘-어’를 붙이면 ‘간질이어’(간질이+어=간질이어)가 된다. 그리고 ‘간질이어’가 줄어 ‘간질여’가 되므로 ‘간질어’가 아니라 ‘간질여’가 바른 표현이다. 노래의 가사도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로 해야 한다.

‘간질이다’와 비슷한 표현으로 ‘간지럽히다’가 있다. “갑자기 친구가 옆구리를 간지럽히는 바람에 들고 있던 물을 쏟았다” 등처럼 쓰인다. 예전에는 ‘간지럽히다’가 비표준어여서 ‘간질이다’로 고쳐야 했지만 2011년 복수표준어로 인정됐다. 정리하면 ‘간지르다’는 틀린 표현, ‘간질이다’ ‘간지럽히다’가 바른 표현이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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