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나눔과 베풂의 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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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55년 동안 쫓기며 살았으나 43년간은 정말 행복했다.” 석유왕 록펠러가 죽기 전 남긴 말이다. 그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부를 축적하는 데 급급했던 그가 암 선고를 받은 이후 기부를 통해 나누고 베푸는 삶에 눈뜨게 됐기 때문이다.

그의 삶을 행복으로 이끈 단어 ‘나누다’와 ‘베풀다’를 명사형으로 만들 때 ‘나눔’과 ‘베품’이라고 하는 이가 많다. ‘나누다’의 명사형은 ‘나눔’이 맞지만 ‘베풀다’의 명사형은 ‘베품’이 아니다. 어간이 ‘ㄹ’ 받침으로 끝나는 용언(동사·형용사)의 명사형을 만들 때 ‘ㄹ’을 생략해 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베풂’이 바른 표기다. 어간의 ‘ㄹ’을 살려 줘야 한다.

용언을 명사형으로 만들 때 받침의 유무에 따라 어간에 명사 구실을 하게 하는 어미 ‘-ㅁ’ 또는 ‘-음’을 붙인다.

용언의 어간에 받침이 없을 때는 ‘-ㅁ’을 덧붙이면 된다. 보살핌(보살피다)·돌봄(돌보다)·비움(비우다)과 같은 경우다.

용언의 어간에 받침이 있을 때는 ‘-음’을 붙여 명사형을 만든다. 받음(받다)·품음(품다)·맡음(맡다)처럼 쓰인다. 문제는 용언의 어간이 ‘ㄹ’ 받침으로 끝나는 경우다. 이때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하면서 ‘ㅁ’이 받침으로 흡수된다. ‘머물다’는 ‘머물+음→머묾’, ‘흔들다’는 ‘흔들+음→흔듦’, ‘낯설다’는 ‘낯설+음→낯섦’이 되는 것이다. 맞춤법 규정에 따라 어간의 원형을 밝혀 적어야 하므로 ‘머뭄’ ‘흔듬’ ‘낯섬’과 같이 표기해선 안 된다.

‘ㄹ’ 받침 또는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엔 ‘-ㅁ’을 붙이고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용언의 어간에는 ‘-음’을 붙인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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