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앞 G7 정상회의, 세계 경제안정 정책협조 끌어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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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일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 전경. 사진 한복판이 회의장인 시마관광호텔이 있는 가시코지마이다. [이세시마국립공원협회 제공]

일본 미에(三重)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26~27일 양일간 열리는 회의는 일본에서 8년만이지만 관심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원폭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 방문에 더 쏠려 있는 분위기다. 2008년 세계금융 위기 이후 G20가 생겨나면서 G7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의 최대 초점은 세계 경제 안정화를 위한 G7의 정책 협조다. G7이 결속해서 중국의 경기 둔화를 비롯한 세계 경제의 저성장 리스크를 걷어낼지 여부다. 의장국 일본이 공을 들이는 것은 기동적 재정 투입 합의다.

현재 회원국 간에 유럽과 일본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제도 등 적극적 금융 정책과 각국 경제 구조 개혁을 통한 성장 전략에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단기적 재정 확대에 대해선 합의가 쉽지 않다고 한다. 구조 개혁을 우선시하는 독일과 영국이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두 나라 입장은 이달초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의 유럽 방문, 지난주 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드러났다.

아베 총리가 세계 경제 견인을 위해 이 세 가지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려는 것은 복선이 깔려 있다. 하나는 G7판 아베노믹스(아베 경제정책) 합의다. 아베는 2012년말 재집권후 기동적 재정정책, 금융 완화, 민간투자를 환기하는 성장 전략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축으로 디플레이션 극복과 경제 재생을 추진해왔다.

다른 하나는 국내 문제다. 아베는 G7 차원의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활성화 합의가 이뤄지면 이를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8%→10%) 연기하는 명분으로 삼는다는 생각이다. 각국의 온도차가 있는 만큼 어떻게 조율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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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의 회의장으로 사용될 시마관광호텔.[지지통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문제나 파나마 문서에서 드러난 대기업과 부유층의 조세 회피 대책도 자연스럽게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EU탈퇴문제에 대해선 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잔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다음달 국민투표로 결정되는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하면 국제 금융시장의 동요는 불가피하다.

외교안보 분야는 일단 이슬람 과격파 단체 IS에 대한 연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선 테러 재발 방지를 위한 ‘테러대책 공동계획’을 채택할 예정이다. 여기에 항공편 탑승객 예약에 관한 정보 공유 등 구체적 방침이 어는 정도까지 포함될지가 초점이라고 한다.

올들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노동당 대회를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재선언한 북한 문제도 주요 의제다. 정상들은 지난 4월 G7 외무장관 회의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핵과 미사일 활동 중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에 따른 해양 안보도 다뤄진다. 이 문제는 G7 외에 베트남ㆍ라오스ㆍ스리랑카 등 신흥 7개국이 포함된 확대 정상회의에서 논의된다고 한다. G7 외무장관들은 4월에 중국을 거명하지 않은 채 “동중국해, 남중국해의 상황을 우려한다”면서 “현상을 변경해 긴장을 높이는 모든 위협적이고도 도발적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상회의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결과물이 나오면 중국의 반발은 뻔하다. 중국은 G7 외무장관 회의 후 열린 중일 외무장관 회의에서 일본에 대항의식을 버릴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 회의 개최지 이세시마는=1946년 전후 최초로 일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승지다. 여러 형태의 섬과 반도가 얽혀있는 리아스식 해안이다. 일본 왕가의 선조를 기리는 이세신궁(伊勢神宮)이 있고, 진주 양식ㆍ이세 새우ㆍ해녀로 유명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G7 회의 개최지 선정 이유에 대해 “일본의 아름다운 자연, 풍부한 문화와 전통을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느끼게 할 수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정상들 회의장과 숙소는 51년 전후 첫 서양식 리조트 호텔로 개업한 가시코지마(賢島)의 시마관광호텔이다. 히로히토(裕仁)일왕과 많은 왕족들이 숙소로 이용한 곳이다. 가시코지마는 다리 2개로만 육지와 연결돼 있어 경호상 장점도 있다고 한다. 각국 정상들은 아이치(愛知)현 중부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헬리콥터로 가시코지마로 이동할 예정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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