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 중년기의 불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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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뇌의 신경세포는 성장이 끝나는 20∼25세이후 점차 파괴되어가서 40대후반에는 뇌의 무게마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뇌세포뿐 아니라 우리몸 전체가 일단 성장이 완료된 후부터는 조금씩 쇠퇴되어가 중년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여기저기 조그마한 고장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자주 잔병에 걸리기 쉽고 피곤이 잘 오고 기억력마저 줄어들어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사회생활은 바로 이러한 중년기에 가장 책임있는 위치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해야만 하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과중한 일을 떠맡아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내야하고 몸에 부치는 무리한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부과된 업무와 수행능력사이의 불균형이 생기고 이것이 자칫 좌절로 나타난다.
청소년기의 부풀었던 꿈도 실현하지 못한채 능력의 한계를 체험하게 될 때 불안은 싹트게 된다. 불안은 두려움과 근심걱정이란 주관적인 느낌을 특징으로 하는 상태로서 성취될 수 없는 목적에 도달하려고 하는 강한 원망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생긴다.
불안은 장차 자신의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닥쳐오리라고 예상하고 그를 걱정하는 상태를 말한다. 건강에 자신을 잃어가고 자기능력에 한계를 느낄때 앞으로 더욱 자기건강과 능력의 쇠퇴를 예상하고 그를 두려워하는 감정이다.
이러한 불안상태에서는 숨이 막히고 질식할 듯하며 가슴이 뛰고 안절부절 못하며 근긴장이 증가한다. 어찔어찔하고 땀이 나며 화끈거리고 잠이 잘 오지 않는등 잡다한 신체적 증상이 동반한다.
이같은 불안감정은 우리의 혈중, 특히 뇌의 생화학적 이상과 관련된다고 하는 사실이 점점 뚜렷해져가고 있다.
불안은 수분만에 그치는 급성발작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수주, 수개월, 수년간 지속되는 천연상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심한 불안발작에서는 질식할 듯 숨이 막히고 가슴이 뛰고 떨리며 땀이 나고 죽음에의 강한 공포를 느끼며 이성을 잃고 때로는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수도 있다.
만성불안상태에서도 신경과민·안절부절·피로·긴장성두통·불면증등을 보이지만 급성발작 때보다 가볍고 공포감이 적다. 그러나 환자를 괴롭히고 힘을 못쓰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불안발작과 만성불안상태는 보통 따로 따로 일어나지만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기분이나 사고의 큰 장애없이 발작적으로 일어나는 불안도 있다. 이런 경우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해야한다. 이상복<서울대의대신경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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