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보다 중요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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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사회부문 기자

5·18민주화운동 제36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논란의 당사자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기념식장에 입장하려다가 5월 단체 관계자들에게 쫓겨났다.

박 처장이 빠진 채 기념식이 진행되고 마지막 순서인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공연 때 여야 대표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함께 불렀다. 반면 황교안 국무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20여 분 만에 행사가 끝나고 5월 유가족과 정치인들은 묘지를 돌며 다시 한번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이날 기념식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교복 차림의 청소년 수백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정치권을 비롯한 어른들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많지 않았다. 5·18 자체에 대해서조차 잘 모르는 학생도 많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합창 형식으로 바뀐 이후 해마다 5월이 되면 이 문제를 두고 갈등이 벌어진다. 하지만 청소년들에 대한 5·18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렇다 보니 5·18에 대한 왜곡과 황당한 주장이 넘쳐난다. “북한이 간첩을 내려보내 주도한 것이다”거나 “시민군이 먼저 계엄군에게 총을 쐈다”는 주장까지 나돈다. 사실과 거리가 멀거나 정치적 의도가 담긴 주장이다.

문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에 집중하는 동안 왜곡된 주장이 청소년과 청년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거짓 주장은 행진곡 제창을 반대하는 논리로 이용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최근 걸그룹 AOA의 멤버 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안중근 의사 얼굴을 알아보지 못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사실 이 경우도 20대 연예인의 역사 지식 부족보다는 우리 공동체의 역사교육 부실이 더 본질적 문제 아닐까. 이런 맥락에서 보면 5·18에 대한 올바른 교육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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