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위스 내 北 계좌 동결 조치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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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가 자국 내 북한 관련 자산을 전면동결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북 제재 시행령을 발표한 데 대해 정부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스위스의 시행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자금 및 경제자산을 동결하는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들로 구성됐다”며 “2270호는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북한 정부 및 노동당 소속 단체에 대한 자산 동결을 규정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가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계좌에 대해선 2270호에 따라 (동결)조치를 취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270호는 북한 정부와 노동당 뿐 아니라 그 지시에 따르는 개인과 단체도 자산 동결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과 간접적으로 연결돼도 제재 조치 대상이다. 앞서 스위스는 18일(현지시간) 북한 당국이 스위스 은행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발효했다. 대북 수출금지 품목도 확대하고, 북한 주민이 스위스에서 고등물리학이나 핵공학 관련 과목을 수강하는 것도 금지했다.

정부는 특히 자산 은닉의 온상으로 지적받던 스위스가 적극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해외에 통치자금 관리를 위한 비밀 계좌들을 여럿 운영하고 있으며, 스위스에도 상당한 금액을 숨겨놓은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스위스는 김정은이 청소년기에 유학했던 국가이기도 하다.

조 대변인은 김정은과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의 계좌도 동결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스위스 정부가 답변할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김정은과 39호실이 실소유하고 있는 계좌로 밝혀진다면 동결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통치자금은 차명계좌로 비밀리에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계좌 소유주를 밝혀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불법행위나 WMD 개발에 직접 관련돼 있다는 증거가 없어도 북한 정부 및 노동당 관련자들의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는 것은 북한에게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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