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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지켜줘 고마워” 박수 받으며 떠난 견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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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8일 오전 서울 경복궁 집경당 마당. 색동 한복 차림의 견공(犬公) 두 마리가 늦봄 더위에 숨을 헐떡이며 들어섰다. 문화재청 김종진 차장이 견공 목에 기념메달을 달아줬다. 우리 목조문화재 보호에 애쓴 공로를 인정하는 자리였다. 이어 명예문화재 지킴이 위촉장도 수여했다. 국내에서 처음 진행된 흰개미 탐지견 ‘보람’과 ‘보배’의 은퇴식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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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은퇴식을 연 흰개미 탐지견 보배(앞쪽)와 보람. 지난 10년간 문화재 현장을 지켜왔다. [뉴시스]

보람과 보배는 흰개미 탐지견 1호다. 수컷 보람은 2007년부터 약 10년간, 암컷 보배는 2010년부터 6년간 흰개미 탐지활동을 펼쳐왔다. 사람보다 1만~10만배 발달한 후각을 이용해 목조문화재에 숨어 있는 흰개미를 찾아내는 임무를 맡아왔다. 흰개미는 궁궐·사찰·고택 등 목재문화재 훼손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빛을 싫어하고 주로 땅속에서 기둥을 따라 이동하면서 목재에 해를 끼친다.

10년간 활동한 흰개미 탐지견
한복 차려입고 기념메달 받아

탐지견은 잉글리쉬 스프링거 스패니얼(English Springer Spaniel)종이다. 체력과 활동성이 뛰어나고 오랜 시간 탐지를 해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장점이 있다. 문화재청 정소영 연구관은 “전문가 육안조사나 장비조사보다 흰개미 흔적이나 서식지를 10배가량 빨리 찾아낸다”고 말했다. 보람과 보배는 국보·보물 등 중요 목조문화재 모두 321건의 보호활동에 참여해왔다.

열두 살 ‘고령’으로 물러난 두 견공을 대신할 ‘2세대’ 탐지견 세 마리도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 집경당 기둥에 숨겨놓은 흰개미 캡슐 네 개를 찾아내는 시범을 보였다. 선배 탐지견과 같은 품종으로 영국 웨스트미들랜드경찰견학교에서 들여왔다. 지난 1년간 흰개미 탐지 훈련을 받았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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