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 주가 내리고 금값 뛰면서 금광업체 주식에 베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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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금값이 올 들어 20% 가량 오르면서 금광업체 주가가 100% 이상 오르고 있다”며 “조지 소로스와 같은 억만장자 투자자도 금광주 랠리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소로스 펀드매니지먼트가 보유한 미국 주식 가치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35억 달러(약 4조원)로 지난해 말 대비 37% 감소했다. FT,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소로스는 미국 주식의 37% 가량을 처분해 금 관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소로스가 이끄는 헤지펀드인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지난 1분기 배릭골드의 지분 1.7%를 2억6370만 달러에 매입했다. 배릭골드는 캐나다 토론토 증시에 상장한 세계 최대 금광업체다. 올 들어 주가가 139% 올랐다.

배릭골드 뿐만 아니라 다른 금광업체 주가도 올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가 14개 금광 관련 회사의 주가를 집계하는 블룸버그 금광 업종 지수는 올 들어 105% 올랐다. 같은 기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글로벌 금값은 온스(1온스=28.35g)당 1061달러에서 1279달러로 19.98% 올랐다. ETF(상장지수펀드)시장에서도 금보다는 금광업체가 두각을 나타냈다. 금광업체에 투자하는 반엑크벡터골드마이너ETF는 올해 83.97%의 수익을 냈지만 세계 최대 금 투자 ETF인 SPDR골드셰어는 20% 오르는 데 그쳤다.

금값보다 금 생산업체의 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른 까닭은 무엇일까. 상품중개업체인 마렉스스펙트론의 데이비드 고빗 귀금속 본부장은 “금광업체 주식은 금보다 거래가 쉬울 뿐만 아니라 원자재 시장처럼 가격의 변동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 금광업체는 배당도 지급한다. 금에 직접 투자해선 기대할 수 없는 수익이다.

소로스의 전 수석투자전략가였던 억만장자 트레이더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금의 상승 랠리에 베팅하고 있다. 그는 이달 초 “많은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말도 안 되는 실험을 하며 증시의 강세장은 힘을 잃었다”고 진단하며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금의 투자비중이 가장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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