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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기획] 통통 튀는 연예인들 알고보니 성공 '원천기술'은 메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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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범석 JES기자 <kbs@jesnews.co.kr>
사진=임현동 JES기자 <hyundong@jesnews.co.kr>

*** 김미화

20년 동안 써 온 노트.수첩 100여권

"매일 오후 4시 MBC 라디오 정보센터에서 20여 개 신문과 잡지를 닥치는 대로 읽습니다. 필요한 기사나 칼럼은 오려서 외울 때까지 갖고 다니고요. 학창시절 이렇게 공부했더라면 하버드도 거뜬했을 거예요."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비롯, 요즘 시사 교양프로 진행자로 주가가 높은 김미화(42)씨. 라디오 외에도 KBS-2TV '개그사냥'과 SBS '김미화의 U' 등 방송 3사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김씨는 개그맨 출신인 자신이 시사프로에 무난히 적응하게 된 비결을 "20년간 몸에 밴 메모 습관과 스크랩 덕을 많이 봤다"고 자평한다.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메모를 하면서 풀어쓰는 버릇이 어려운 시사문제를 쉽게 전달하는 비결이 된 것 같다"는 것. 그녀의 예전 서브 노트엔 '월급날 벌어질 수 있는 50가지 상황' '물벼락 맞아도 싼 행동 100가지' 등 개그 아이디어가 가득했지만 최근엔 정치.경제.사회 문제를 다룬 신문 기사와 잡지 스크랩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신문마다 다른 논조 차이까지 꼼꼼하게 챙겨놓아 그의 노트는 한눈에 보는 대한민국 뉴스 지형도 같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바로 메모 습관이에요. 얼마 전 CEO들의 조찬모임에 갔는데 그날 등장한 유머 한 토막까지 일일이 수첩에 받아 적는 걸 보고 놀랐어요. 한 분은 '오늘 당장 직원들에게 써먹어 봐야겠다'며 마치 횡재라도 한 것처럼 좋아하더라고요."

그의 집 서재엔 지금까지 써온 서브 노트와 수첩 100여 권이 가보처럼 보관돼 있다. 자식에게 물려줄 최고의 재산도 바로 메모습관이라는 그는 "엄마의 메모 습관은 자녀교육에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엄마가 드라마를 켜놓고 키득거리는 것 보다 30분 만이라도 메모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잔소리 안해도 아이들이 알아서 책을 보고 무언가 끄적거리거든요. 메모는 지금 당장 필요한 에너지원이 아니라도 언젠가 꼭 활용하게 된다는 점에서 종합비타민 같은 존재입니다."

*** 강유미·안영미

아이디어 떠오르면 자다가도 벌떡

KBS-2TV '개그콘서트-Go Go 예술 속으로'의 강유미(左).안영미(23)씨. 이들 콤비는 일상 속 에피소드를 드라마와 영화, 뉴스와 TV 동화 등 갖가지 장르로 변주해 내는 '개콘'의 실력파 재간둥이들이다. 덕분에 2004년 강유미씨에 이어 안영미씨가 지난 연말 KBS 연예대상 여자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동갑내기인 둘의 재산목록 1호는 연기 지망생일 때부터 애지중지 간직해 온 아이디어 노트다. 흔히 볼 수 있는 공책이지만 아이디어를 위해 불면의 밤을 보낸 흔적과 땀방울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강유미씨는 잠을 자다가도 재미있는 대사나 소재가 떠오르면 귀차니스트의 유혹을 이겨내고 책상으로 달려간다. 괴발개발이라도 메모를 해야만 두발 쭉 펴고 잘 수 있단다.

"그냥 잤다가 다음날 기억이 안 나 머리를 쥐어뜯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도 유사시에 대비해 늘 야광펜을 갖고 다녀요."

안씨도 의정부 집과 여의도를 오가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서브 노트를 적극 활용한다. "오히려 회의 시간엔 경직된 탓인지 좋은 생각이 안 떠올라요. 대신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신문을 보며 무릎 칠 때가 많죠. 건망증이 심한 제게 서브 노트는 일종의 보조 기억장치인 셈이에요."

강씨도 학창시절부터 소문난 메모광이었다. "교과서보다 만화책을 끼고 살았는데 제 마음에 와닿는 대사는 모조리 다이어리에 옮겨 적었죠. 다이어리가 꽉 차면 다시 컴퓨터에 저장하곤 했는데 1년치 메모 분량이 자그마치 A4 용지로 400장 가까이 되더라고요."

'엘리맥빌' '프렌즈' 등 시트콤 매니어이기도 한 강씨는 시트콤에서 얻은 아이디어만 따로 모아놓은 서브 노트도 서너 권 된다고 말했다. 지금껏 쌓인 서브 노트는 열다섯 권가량. 평균 서너 달에 한 권씩 교체된다. 두 사람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누구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만 진정한 아이디어의 임자는 메모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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