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진호 상공부장관에게 듣는다|"수출늘리려면 환율 더 올려야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올해 수출은 목표를 의욕적으로 잡아놓았으나 부진하다. 미국등 선진국의 수입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우리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은 가중되고 있다 국내경기마저 좋지 않아 내수도 저조하다 실물경제와 통상을 맡고있는 금진호 상공장관을 본사 김경철 경제부장이 만나 당면문제에 대한 원인대책등을 물어보았다
▲김부장=올해 수출이 어려운데 주원인을 무엇으로 보고 있읍니까.
▲금장관=전반적인 해외경기가 나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주시장인 미국의 성장률이 작년에 6·8%이던게 금년 1·4분기에는 0·3%로 떨어졌읍니다. 유럽에 대한 수출은 달러화 강세와 유럽통화의 상대적 약세로 영향을 받았고 산유국도 기름이 안 팔려 수입수요가 줄었읍니다.
대내적으로도 환율의 실세화가 조금 늦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회분위기가 불안정했던 점도 지적하고 있읍니다. 실제로 바이어들이 오다가 발길을 돌린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김부장=3백30억달러의 금년 수출목표달성은 가능할 것 같습니까.
▲금장관=하반기에 평균 28%씩 신장돼야 가능한데 여건이 나아지기는 해도 현재 전망으로는 그 정도까지의 신장은 어려워 10억달러정도가 부족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수입은 줄고 있으니 국제수지중 무역수지만은 3억달러의 목표를 달성할 것입니다.
▲김부장=하반기에 어떤 면에서 수출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보십니까.
▲금장관=선진국 성장전망을 보면 1·4분기에 0·3%를 기록한 미국이 3·4분기에는 2·7%로, 0·1%였던 일본이 4·7%로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또 금리가 떨어져 투자와 소비증가가 예상되고 있읍니다.
일본은 지난달 시장개방조치로 당장의 수출증가효과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일본의 수입수요는 늘것 같습니다.
▲김부장=그동안 정부가 환율·관세 수출입 절차면의 개선조치를 취했는데 수출을 위한 추가적 정책배려는 없읍니까.
▲금장관=수출은 모든 경쟁력의 종합적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한두가지 정책만으로 되는게 아닙니다. 이제는 경쟁력의 마진이 적어지고 있읍니다. 개선될 수 있는 것은 모두 개선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인력·정비의 절감은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환율실세화의 효과가 제일 크리라고 봅니다.
▲김부장=어느 정도 더 실세화 해야한다고 보십니까.
▲금장관=지난 6월말까지 작년말에 비해 환율이 5·7% 올랐읍니다.
이를 10%까지는 올려야한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통화량목표에 융통성이 있고 다른 부문도 안정돼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물가에 대한 자극없이 갈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김부장=점점 각박해지는 마진과 관련해서 업계는 한푼이라도 아껴야되는데 각종 성금등 준조세 성격의 부담이 크지요. 제품가격에 전가되는 것 아닙니까.
▲금장관=이미 정부안에서도 논의가 됐읍니다. 기업사정을 잘 아는 주무장관으로서 그런 것들이 기업에 큰 부담을 준다고 인정합니다. 정부가 부담해소방향으로 배려해야합니다.
▲김부장=수출의 확대를 위한 중·장기대책도 강구되어야겠죠.
▲금장관=선진국은 첨단분야, 후발 공업국은 경공업·단순제조상품에 주력하고 있으니 우리는 그 중간에서 독자적 영역을 찾아야죠. 우리나라 노동인력의 질이나 기업인의 정신자세·기술축적속도 등으로 보아 세계교역이 있는 한 우리영역은 유지될수 있다고 봅니다.
▲김부장=미국의 대한수입규제는 해도 너무 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습니다. 무역수지만 보면 작년에 한국이 36억달러의 흑자를 보았지만 군사장비구입, 해외건설장비구입 각종 서비스 이익금등 눈에 보이지 않는 수지를 생각하면 그토록 심하게 할 수가 없는건데요.
▲금장관=한국은 비교적 수입규제 트집의 여지가 적습니다. 불공정거래라고 해서 반덤핑 ·상계관세등으로 제소하는데 그 절반이상이 무혐의로 끝납니다.
▲김부장=미국의 한국시장개방압력이 가중되고 있읍니다. 우리나라의 개방속도가 빠르지 않느냐는 논란이 최근 정부안에서도 있었읍니다.
▲금장관=미국이 개방을 요구한다해서 나는 그것을 「압력」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우리정부의 자유화계획 테두리 안에서 개방을 결정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본이 흔들릴 수는 없읍니다. 국가간에서 압력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됩니다. 교섭이 있을 뿐입니다.
다만 우리로서는 악법이라 할수 있는 84미 통상관세법에 상호주의 조치가 가능하게 돼있으니 속되게 말해 보복조치를 당하는 우둔 보다는 교섭의 묘를 살려 실익읕 얻는 기민성과 적응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기본철학은 독자적 자유화계획과 우리의 산업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합니다.
그러나 저작권·물질특허등 지적소유권은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고려해 지금의 입장을 재고해야한다는게 내 개인 생각입니다.
▲김부장=일본사람들은 흔히 「수출을 늘리려면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라」 「무역은 장삿속」이라며 무역불균형시정에 성의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시장개방조치도 성의가 의심됩니다.
▲금장관=일본은 기본적으로 수입을 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다른 나라의 공산품수입이 전체수입의 50%인데 비해 일본의 공산품수입은 30%선입니다. 필요한 것은 자급하는 원세트 경제구조를 가져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지속하면 국제적 고립은 면할수 없게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진출소지가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대일 수출은 늘리기 어렵다는 인식을 타파해야 합니다. 이번 박용학 대농회장이 이끈 대일수출촉진단은 노력한 결과 많은 성과가 있었읍니다.
이번 일본의 시장개방 조치에서 50%정도는 내려야할 관세가 20%만 내린 것은 유감이지만 종전에 비하면 크게 호전된 것으로 평가합니다.
우리나라의 수입개방요청품목 59개중 24개 품목이 반영됐지만 그 숫자자체는 의미가 없읍니다. 수출액이 많은 품목이냐의 여부가 중요합니다. 이번에는 수출이 많은것 들이 들어있읍니다. 더군다나 요청하지 않은 것에서도 1천8백62개 품목이 반영됐읍니다. 그런 품목들은 금액은 얼마 안되어도 수출을 늘리는데 기폭제가 될 것으로 봅니다.
▲김부장=일본은 기술이전에 인색해왔읍니다. 부머랭효과를 우려하고있으나 실례는 없었던 것으로 증명이 되었읍니다.
▲금장관=많은 나라로부터 기술이전 압력을 받고도 성의를 보이지 않는 일본적 풍토는 바로 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에 대해 인식이 부족함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최첨단기술은 그만두고라도 이미 단물을 빼먹은 비원천적 기술을 달라는 것도 외면함으로써 한국과 ASEAN (동남아국가연합) 멤버들의 비난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김부장=한국이 본격생산에 들어간 반도체의 가격을 일본이 폭락시키는 횡포를 부리고있는데 업계보호를 위해 일본정부에 항의할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금장관=이미 미국이 일본반도체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했더군요. 우리는 일본이 값을 끌어내리면 거기에 맞춰 경쟁할 수 있고 다른 품목을 개발할 수도 있읍니다. 일본이 덤핑공세를 취한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 교섭할 단계가 아니므로 좀더 관망해야 하리라고 봅니다.
▲김부장=상공장관으로서 요새 경기를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금장관=신병현 부총리는「부진」이라고 표현하셨더군요. 성장률등 지표만 보면 침체국면인데 아시다시피 작년이 호황이었지 않습니까. 작년에 비해 떨어진 것을 불황이라고 심하게 표현해 위축될 필요는 없읍니다.
경기진단지표중 중요한게 가동률과 부도율인데 부도율도 크게 높아지지 않고 가동률도 82%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니 불황이라고 부르기는 어렵고 좀 하강국면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때에 내수가지고 해결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든 수출산업주도로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수출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지원수단은 뭐든지 할 것입니다.
▲김부장=부실업체가 많은데 종합상사들 역시 안으로 멍들어있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국제상사도 쓰러지지 않았읍니까. 심각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금장관=기업부채비율을 보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재무구조가 나쁜 것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부실기업이 제조업분야에는 많지 않습니다. 건설업등에 많죠.
▲김부장=국제를 정리할 때 재무부가 감쪽같이 해치워 상공부는 사전에 전혀 몰랐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금장관=전혀 모르지는 않았습니다. 대외보안도 필요했을 것이고 .
▲김부장=지난봄 일부 공단에서 임금문제를 둘러싼 노사문제가 제기됐을 때 관계요로에서 신속히 처리토록 종용하여 업체들이 서둘러 무리한 임금인상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경영에 큰 타격이 되고있다는 얘기도 있읍니다.
▲금장관=노임이 물가의 촉매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봉급생활자가 다소욕구를 자제하는 분위기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의 이득이 높아지는데도 혜택이 기업주에게만 돌아가는 불공정은 없어야하겠죠.
기업주는 근로자에게 기업의 사정을 공개하고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사장이 노사관리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가족적 관계를 만들면 현재와 같은 노사문제는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입니다. 사장이 작업복을 입고 공장에 자주 드나들면 위장취업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읍니까.
▲김부장=다국적기업이 진출하면서 국내기업간에 이해가 맞부딪쳐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고 있읍니다.
▲금장관=기술도입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면서도 신고만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접수하지 않을 수 있는 규정을 남겼고 자본도입도 외국인투자가 50%이상, 투자규모가 1백만달러 이상일 때는 심사토록 하고 있읍니다.
자유화라고 모든걸 손털어서는 안됩니다. 어느 정도의 감시와 조정은 필요합니다. 자칫하면 정부가 너무 규제한다는 비판이나 이권개입 비위소지도 있지만 잘 훈련된 정부에서는 얼마든지 선의의 조정은 가능해야한다고 봅니다.
외국인투자도 해서는 안될 영역이 있읍니다. 예를 들어 사치성 소비분야는 환영할수 없읍니다. 기술도입도 기술혁신에 기여 하든가, 수출산업과 연결되어야지 청소년의 사치나 조장하는 것이라면 뭣때문에 들여옵니까. 그렇다고 자유경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는 오해하지 마십시오.
▲김부장=대기업과 중소기업사이에 영역 때문에도 층돌이 빈번하더군요.
▲금장관=2백5개 중소기업 고유업종은 중소기업만 하도록 되어있읍니다. 그러나 너무 획일적으로 「고유」의 선을 긋는 것은 산업발전의 저해요인이 될수도 있읍니다. 고유업종 선정은 신중하게, 영역다툼에 관한 조정은 신축성 있게 해야합니다. 한번 고유업종으로 지정됐다고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은 너무 경직된 자세입니다.
▲김부장=금장관은 통상외교에도 역점을 두고 계신다지요. 통상외교가 해외협력위·외무부·상공부로 다원화 돼있는 느낌입니다.
▲금장관=과거 통상교섭의 대외창구는 외무부였지만 지금은 상공부입니다. 해협위는 이번 한미경제협의회처럼 한 부처에 국한되지 않는 문제들을 패키지로 처리할 때는 좋지만 통상문제에 관한 한은 상공부가 정부창구입니다. 이것은 어느 나라를 가든 마찬가지입니다. <정리=한남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