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정책에 민정 "현장경제"입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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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의 경제정책이 민정부의 변화요구에 조금씩 밀리는 인상을 보이고 있다.
지수를 앞세운 정부의 논리가「현장감」을 바탕으로 한 민정당의 정치적 소리를 다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민정당 안에 일고 있는 경제정책 전환요구의 흐름을 짚어본다.
○…지난 24일 민정당 확대 당직자회의에서 상반기 경제운용에 대한 분석평가가 있었다. 보고한 사람은 재무장관과·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강경직 의원. 강의원은 우선 금년 들어 다시 늘기 시작한 우리의 외채 사정을 지적하고 외채 관리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강의원은 또 돈이 상업용 빌딩· 사치성 소비산업으로 흐르는 경향을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특히, 부실 채권 정리를 위한 한은의 시중 은행에 대한 특융의 「성급함」을 비판하면서 ?민정도 입을 닫고 있을게 아니라 할 소리는 해야 한다?고 역설. 강의원과 이 회의에 참석한 나웅배·김종인 의원등 당의 경제 전문가들은 그 처방에 대해서는 비록 의견을 조금씩 달리했지만, 우리 경제 현실이 악관적이 못된다는 진단에는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당이 ?현물경제」 「체감경제」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국회에서 신병현 부총리에 대한 해임안이 제출됐을 때 민정당 의원 총회에서 곽정출 의원이 「이런 사람을 왜 우리가 두둔 해야하느냐. 나는 가표를 던지고 싶다? 고 다소 과격한 발언을 했을 때 의석에서 『옳소』 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는데 민정당의 현실 경제 인식을 반영하는 단적인 예.
총선직후 경제 기획원 예산실장 출신인 문희갑 의원이 「정부식」 경제인식을 근거로 강연을 했다가 의원들의 비난을 받았고 ,지난번 의총에서 임영득 의원이 부실기업지원을 골자로하는 조세 감면 규제법 옹호발언을 하러 등단했다가 『그만뒤』 『내려가라』는 야유를 듣고 중도 하단하기도 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당의가장 큰 불만은 「정치적 감각」 의 부재. 국회의원이 되기 직전까지 농수산 장관이었던 박종문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후 농촌을 돌아 보고와서는 그 자신 장관 재직시 세웠던 농정을 비만하고 나섰고, 안정 성장 정책시절에 재무장관을 지낸 나웅배· 강경식의원이 경제정책을 부분적으로 문제삼는 것도 합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시각에서 정부시책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
정부측은 당이 비전문적이고, 시야가 좁다고 은근히 하시 하러들지만 당은 현실 경제흐름을 생생하게 감지할 수 있다는 바탕위에서 현실의 소리로 압력을 가하는 자세다.
○…당의 경제정책관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재정통인 김종인 정책 조정실 부실상은 성장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우리 현실로는 아직 안정이나 저속 성장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것.
이에 비해 강경직·나웅배·문두갑 의원등은 안정은 중시하지만 지삭경제에는 비판적이다.
문의원이 갓떠난 친정인 기획원 입장을 가장 변호하는 처지고 강·나의원은 어느 정도 숨통을 터야 한다고 신축성을 두자는 주장.
이들간의 경제논쟁은 문외한들도 『고집불통들』 이라 할만큼 치열하고 양보가 없는데, 일부에서는 『이런 것이 담화 장점』 이라고 보기도 한다.
문제는 정부촉의 ?저물가신화창조」생각을 과연 얼마나 흔들 수 있겠느냐는 것. 대내에서는 저물가정책에 매달리는 현 경제팀을 서슴없이 비난하고 물가 억제선을 5∼6%선으로 조정해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지만 정작 「고양이 목에 방울 달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자꾸 그런 얘기를 함으로써 분위기를 잡아간다는 것이 고작이다.
현홍주 정책조정 실장은 『경제각료들과 만나 당의 요구를 내놓으면 이 핑계, 저 핑계 거부하다가 나중에 보면 당의견대로 가더라』면서 『자꾸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
환율의 빈세화, 금리의 일부조정, 수출설비자금 지원확대등이 이뤄진것도 당의 끈질긴 요구에 따른 것이었고 농·어촌 지원 자금 확대나 하곡가의 인상폭이 「정부공인? 물가 상승률보다 다소 높게 책정된 것도 술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
오늘의 정국에 대처하기 위해 대의 면모를 바꿔야한다는 쇄신파들이 내거는 개혁 방안중에는 경제정책의 전환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에 있어 정치적 판단의 반영이라는 주장은 아직은 기획원과 당실무자 사이를 오락가락할 뿐이다. 그만큼 정부측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회의 모습이 달라지고 경제정책의 수행에 있어 금에 대한 의존도가 커짐에 따라 당의 입김이 제법 먹혀든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당측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 높다.
○…민정금 국책연구소는 지난5월부터 매주 두 차례씩 토론회를 갖고 중소기업·농촌문제등을 집중적으로 다뤄왔는데 『현재 우리경제는 총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고 언제 극복되느냐는 시점이문제다』 고 하던 문희갑 의원도『한꺼번에 만족 시킬 수는 없고 일부를 시행하면서 1∼2년만 참아 줄 것을 호소하겠다』 고 점진적인변화로 전환.
이런 판단이 나오게 된것은 경제 침체 때문에· 야당측의 정치공세가 먹혀들고 있는 만큼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면 정치판에 대해서 은 국민이 초연한 관전음로 되돌아 갈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 민정당은 특히 12대 선거 민정문 표발이었던 농촌에 집중 지원하고 근로자 대책과 함께 도시 영세민에 주력할 작정. 또 공무원 불만해소에도 관심을 쏟고있다. 정부측과 예산심의를 해온 김종호 예결위원장은 『농촌· 도시서 민둥을 위한 획기적 개선 조치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장선만 정책위의장도 『멀지 않아 다수 국민에게 신명나는 시책을 펼쳐 보일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어, 무슨 조치가 곧 있을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책조정실장은 그러나 인기만을 추구하는 야당과는 달리 재정 여건등에 비춰 정부시책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정부도 있지않느냐고 말해 기대에 못미칠 수도 있음을 완곡히 시사.
민정금 28일의 금정정책조정회의에서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으며 신 부총리로부터 매년 예산에 금의 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확약을 받아냈다. 최근 나돌고 있는 경제 각료 경질 소문에 대해서도 민정금안에는 경제팀이 바뀔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가 있다. 지금 새팀이 들어서도 부실 기업정리등의 뒤치다꺼리 하다보면 모두 망신창이가 될 판이어서 그 처리가 마무리 될 정기 국회 이후는 팀 교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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