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당내경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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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당대회를 앞둔 신민당의 움직임속엔 민주화라는 그들의 지표와는 모순되는 것들이 더러 보인다. 그래서 때로는 민주현법의 회복이라는 그들의 목표에 대한 그들 모두의 확신이나 성실성에 의문을 갖게된다.
의문의 출발은 파벌경쟁이다. 물론 신민당의 파벌이나 파벌경쟁을 탓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야당은 파벌이 조직의 기초고 정당엔 경쟁이 있어야한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경쟁의 내용이다. 경쟁의 중심문제는 제쳐놓고 작은 문제에서도 우리는 그늘을 본다.
최근 일부에선 당총재의 임기를 1년으로 단축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신민당은 2년마다 전당대회를 갖는다. 따라서 현행 당헌대로라면 신민당은 창당2년이 되는 87년1월에 전당대회를 갖게된다. 그러니까 8월임시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총재는 1년5개월의 잔여임기를 갖게된다. 문제 제기는 이걸 1년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알다시피 신민당은 앞으로의 1년반을 가장 중요한 시기로 잡고있다. 올가을 국회에서 여야정당이 민주화의 기본방향을 합의하고 내년까지는 개헌을 실현해야 한다는 그둘의 목표가 이를 말해준다. 따라서 제기된 대로 총재의 임기를 l년으로 단축할 경우 그들은 투쟁의 한복판에서건 열정비라는 숙제를 스스로 떠맡는다.
실질문제로 그들이 설정한 목표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헌은 민정당의 반대에 부닥쳐 있다. 그러기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투쟁의 중간쯤에서 다시 그들 당내부가 경쟁하고 다투어야 할 전열정비라는 과제를 스스로 만둘어 놓으려 하는지 그것이 의문의 한 가닥이다.
다른 하나, 신민당은 문턱을 높이고 있다. 원외위원장들이 주동이다. 이들의 결의는 임당원서는 지구당 상임위·대기위합동회의에서 심사한다. 심사결과 입당이 거부된 때에는 중앙당 정무회의 3분의2의 찬성결의가 있어야 번복된다는 내용이다.
정당법은 입당원서에 본인이 서명 날인을 하도록 했다. 이건 본인의 자발적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정당법엔 강제임당 규제조항은 있지만 입당을 막는 일은 예상치 않고있다. 그런데 상상치도 못했던 일이 지금 신민당에서 일어나고 있다.
신민당 원외위원장의 결의에 따른다면 신민부 입당은 당원이면 특권계급이 되는 공산국가의 당·원되기마보다 어렵게 되었다는 자조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렇듯 입당요건을 까다톱게 하려는 배경이다. 신민당은 선거후 민한당을 사실상 흡수했다. 이결과 신민대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은 선거에서 그를 눌러 이긴 국회의원을 그의 지구당 당원으로 맞아들이게 되었다.
따라서 언제 승자가 그기 차지하고 있는 지구당위원장 자리를 뻣을지 모른다.
신민당의 92개지구당중 42개지구당이 이런 처지의 원외 지구당이다.이 원의 위원장듈이 그들끼리의 모임을 갖고 입당요건을 강화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현재 민한당에서 온 의원들의 입당원서는 중앙당조직부 서랍에 잠자고 있다. 입당원서를 접수할 해당 지구당에 보내봤자 비토될 것이기 때문에 상층부의 정치적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거다.
이때문에 민한당출신인 신민당의원들은 별도 모임을 갖고 신민당이 문턱을 높이면 우리는 돌아가자 식은 식구만으로 오순도순 지내는게 훨씬 좋겠다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소리까지 하고있다.
야당의 경우 문호를 넓혀도 그둘이 원하는 사람들,이른바 각계 유력자들은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이 야당이 줄곧 겪어온 곤란한 문제의 하나다. 그뿐 아니다.
민주화로 가는데 있어 장애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뎨 있다. 집권자가 그의 집권연장이 가능하도록 현법을 손질해온게 헌정악순환의 원인이다. 그런데 신민당원외위원장들이 지구당위원장 자리라는 아주 하찮은 기득권을 놓지않으려 몸부림친다. 기득권을 놓지않으려는 노력은 나무랄 것이 못된다. 문제는 그 수단이다.
신민대 원외위원장들이 그런 작은 기득권을 위해 편법을 쓰게되면 그보다 더 큰 기득권을 위해, 쓰고있는 다른 쪽의 억지 논리나 무리한 수단을 나무랄 자격이 약화된다.그뿐 아니다. 그들이 기득권자가 되었을 때 오늘의 기득권자보다 더 기득권을 지키는데 수단과 방법올 가리지 않을 사람들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할 구실을 준다.
신민당이 보여주고 있는 이 두가지 사례는 신민당의 뜻없는 경쟁을 표상한다. 아뭏든 당내경쟁을 오래 끌고 가는 느긋한(?)대회날짜 잡기, 민주화는 저멀리에 있는데 민주헌법이 이루어진 후에 치르게 될 경쟁을 미리부터 서둘고 있는 재화적 경쟁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그들의 목표가 어림없다는듯 현재의 제도에 매달려 다투는 분내의 자리다툼등이 모든 것들이 그들이 내건 목표에 대한 신민당원의 확신이나 성실상에 의문을 갖게하는 요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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