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앞으로 6개월 내 안 바뀌면
판 엎으려는 혁명적 요구 제기될 것
대통령은 맨발로 작두날 위 걷는 사람
반기문 그런 결기 있는지 모르겠다
청년실업·저성장·저출산 해결하고 싶어
청년실업은 당장 원포인트 연정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남경필 정치의 종착역이 어디냐’는 질문에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지난 13일 중앙일보·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경기도 정치가 중요하다. 경기도에서 변화를 이끌어 내면 대한민국을 바꾸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치인으로서 대통령 한번 해보는 게 꿈”이라고도 강조했다. 남 지사가 대통령직 도전 의지를 밝힌 건 처음이다. 특히 ‘협치(協治)’와 ‘연정(聯政)’을 그 꿈에 도달하는 수단으로 꼽았다.
그는 4·13 총선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이 20대 국회 개원 이후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앞으로 6개월 동안 제대로 변하지 않으면 이 판을 뒤엎으려는 혁명적인 요구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남 지사와의 인터뷰는 옛 도지사 공관을 리모델링해 도민들에게 개방한 ‘굿모닝하우스’에서 이뤄졌다.
- 4·13 총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이 뭐라고 보나.
- “젊은이들의 분노,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외면. 이 게 합쳐서 나온 결과다. 한마디로 ‘그만 싸우고 힘을 합하라’는 게 민의였다.”
- 현실정치를 20년 넘게 해 왔다. 정치, 한마디로 뭔가.
- “정치는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는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체의 미래 비전을 제시, 실천하는 일을 해야 한다.”
- ‘남경필 정치’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 “자리와 관련해 정치 목표가 있다면 대통령이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도 주민 1300만 명에게 선택받은 도지사로서 (도정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할 법적·정치적 의무가 있다. 경기도는 지역 내 총생산(GRDP) 규모가 말레이시아보다 크고 체코와 비슷하다. 경기도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 해결하고 싶은 미래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 뭔가.
- “딱 세 가지, 청년실업·저성장·저출산 해결이다. 이 해법을 실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바로 협치 또는 연정이다. 경기도 1기 연정이 끝났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 2기에 더 완성도를 높일 생각이다. 현직 도의원이 도 행정에 참여하는 내각제 운영을 모색하겠다.”(남 지사는 인터뷰 전날 도의회에서 밝힌 ‘도 의원을 무보수명예직 경기도장관에 임명’해 행정을 담당케 하는 ‘지방내각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새누리당은 어떻게 혁신해야 하나.
- “지도체제 등 룰을 정하는 문제는 부차적이다. 새누리당을 심판한 총선 민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급선무인데 안 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청와대와 당의 소통방식, 공천 파행을 부른 계파갈등 해결이 중요하다. 비대위원장·혁신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는 중요치 않다.”
- 대통령이 친박 해체를 선언하거나 탈당하는 등의 임기 말 이벤트가 필요할까.
- “박근혜 대통령은 계파가 존재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해체 선언이나 탈당 같은 건 하지 않으리라 본다. 그러나 책임소재는 분명하게 규명해야 한다. 이 상태로의 문제의식과 구조대로 가면 정기국회 이후 새누리당이 지금 모습대로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만큼 위기의 볼륨이 커졌다.”
- 정치판의 구도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고 보나.
- “과거 집권 여당에선 극소수의 사람만이 그런 말을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다르다. 새누리당 여러 의원들을 만나 보면 정계개편 이야기가 화제에 자주 오른다.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
- 지난 9일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났는데.
- “김 전 대표의 마음 고생이 극심했던 것 같다. 당의 상황을 진단하면서 고민을 토로했다. 진단을 같이 해봤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는 만남이었다.”
- 당 혁신이 지지부진할 때 새로운 대선 후보에 대한 열망이 표출될 가능성은.
- “사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사람은 없다. 지금 당장 대선 지지도를 보면 새누리당 후보들은 야당 후보에 비해 반 토막도 안 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경천동지할 변화를 할 수 있나. 당이 변화하면서 당에 대한 기대가 올라가면 후보에 대한 지지도 올라가는 것이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론도 있다.
- “반 총장에 대해 개별적인 평가는 하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보통 자리가 아니다. ‘맨발로 시퍼런 작두날 위를 걷는 사람’이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다 걸고 작두날을 타야 한다. 그만큼 권한과 책임이 막강하다. 삶과 죽음을 가르겠다는 결기와 각오가 돼 있어야 이 작두에 올라간다. 누가 바깥에서 ‘당신 할 만하다’고 해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 유승민 의원 복당은.
-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당의 화합을 위해서도 그의 복당이 바람직하다.”
- 박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싶은 국정 아이디어가 있다면.
-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연정 체제를 가동하셨으면 좋겠다. 원포인트 연정이다. 이번에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를 시찰했다. 토스카나 주는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지오반니(젊은이) 정책’을 운영해 큰 성과를 거뒀다. 청년실업을 임금문제로만 보지 않고 주거복지, 일자리 , 교육 등 6개 분야를 입체적으로 아우른 정책이다. 지방자치펀드, 국가펀드, 심지어 유럽연합(EU)펀드에서까지 수조원을 동원했다고 한다. 그 결과 45%에 달했던 청년실업률이 30% 초반 까지 떨어졌다. 이런 정책은 지방정부 만으론 못한다. 국가적으로 하기 위해 연정이 필요하다.”
※ 남경필·안희정 지사 인터뷰 전문은 17일 발매되는 월간중앙 6월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만난 사람=박승희 정치국제에디터, 한기홍 월간중앙 기자 pmaster@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