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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훈, 한국 선수 최초 유럽 투어 2연승 새 역사

중앙일보

입력

‘샛별’ 왕정훈(21)이 한국 골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왕정훈은 15일(한국시간) 아프리카 모리셔스 아나히타의 포 시즌스 골프장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아프라시아 뱅크 모리셔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를 친 왕정훈은 합계 6언더파로 2타를 잃은 시디커 라만(방글라데시)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 주에 3타 차, 이번 주에 1타 차 격차를 뒤집은 왕정훈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우승까지 내달렸다.

왕정훈은 한국 선수 최초로 유러피언투어 2연승 역사를 새로 썼다. 왕정훈은 지난 주 핫산 2세 트로피에서 대회 최연소 우승으로 유럽 무대를 처음으로 정복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무서운 기세로 2주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유러피언투어에서도 2연승 기록은 10년 만에 나온 드문 기록이다.

또 왕정훈과 이수민 등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아시아 선수가 4개 대회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도 나왔다.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이수민이 스타트를 끊었고, 볼보 차이나 오픈에서 리하오 통(중국)이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바통을 이어 받은 왕정훈이 2연승으로 기세를 올렸다.

최종 라운드는 매치 플레이 양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세계랭킹 88위와 406위의 승부는 경험과 자신감에서 갈렸다. 간결한 스윙으로 바람을 잘 이겨냈던 라만은 3타 차로 앞서 나갔다. 라만은 드라이브 샷 거리가 260야드 밖에 나가지 않는 단타자고, 왕정훈은 300야드를 날리는 장타자다. 라만은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거리 열세를 만회했고, 안정된 퍼트로 선두를 질주했다.

15번 홀에서 왕정훈이 3m 버디를 놓쳐 3타 차가 유지됐다. 3홀 남은 상황에서 라만의 우승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16번 홀에서 경기 흐름이 달라졌다. 라만의 드라이버 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났다. 1벌타를 받은 뒤 세 번째 샷을 다시 쳤고, 결국 라만은 5온1퍼트로 6언더파까지 내려 앉았다.

왕정훈은 이 홀에서 온그린은 놓쳤지만 칩샷을 핀 30cm 옆에 환상적으로 붙여 파를 잡았다. 둘의 타수는 1타로 줄어들었다.

파3 17번 홀에서 위기가 왔다. 6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졌다. 그렇지만 왕정훈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벙커 샷을 또 다시 핀 30cm 옆으로 보냈다. 티샷을 그린에 올렸던 라만은 긴 버디 퍼트 후 1.5m 파 퍼트마저 놓쳤다. 왕정훈의 환상적인 벙커 샷에 부담감이 커졌던 결과였다. 결국 라만이 3퍼트 보기를 적어 둘은 5언더파 동타가 됐다.

가장 쉽게 플레이 되는 파5 18번 홀(512m)을 남겨두고 장타자 왕정훈이 유리해 보였다. 왕정훈은 라만보다 또 다시 30야드 이상 더 멀리 티샷을 보냈다. 두 번째 샷은 그린을 맞고 벙커에 빠졌다. 라만도 하이브리드로 2온을 겨냥했지만 오른쪽으로 밀렸다.

라만이 친 칩샷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갈 뻔했다. 들어 갔으면 샷 이글이었다. 하지만 홀컵을 맞고 3m나 핀에서 멀어졌다. 왕정훈은 또 다시 환상적인 벙커 샷을 구사하며 핀 1m 옆에 붙였다. 꼭 버디 퍼트를 성공해야만 하는 중압감을 안았던 라만이 퍼트를 뺐다. 왕정훈은 침착하게 버디를 집어 넣으며 또 다시 모리셔스까지 이어졌던 긴 여정을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왕정훈은 "정말 큰 선물을 받았다. 내 생일인 것 같다"라고 활짝 웃었다.

이날 2오버파를 친 이수민이 합계 12오버파 공동 59위를 차지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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