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석 양보하고 전화번호 교환한 3당 “협치 정치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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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5시 국회 본청 3층 귀빈식당. 3당 새 원내지도부가 첫 회동한 장소에 일착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보란듯이 “1당(123석)이 1등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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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 원내지도부가 1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첫 상견례를 갖고 국회 원 구성과 청와대 회동 등 현안 문제를 논의했다. 20대 국회 3당 원내대표 등 지도부 9인이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성식, 새누리당 김광림,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국민의당 박지원,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그 옆은 더민주 박완주, 새누리당 김도읍,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사진 조문규 기자]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자리를 어떻게 하지요? 여당이 가운데 앉고 내가 이쪽(오른쪽)에 앉고 여기(왼쪽) 박지원 원내대표가 앉으실 거죠?”

‘여당 원내대표=가운데’ 관례 깨고
“원구성 전엔 연장자” 박지원 앉혀
웃으며 시작했지만 각론선 진통
세 가지 합의도 곳곳 조건 달려
19대 국회서 법안 처리는 ‘가능한’
총선 공통공약 이행 ‘재정 한도 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원래 원구성 협상 끝나기 전에는 임시 사회도 제일 연장자가 보는 거거든요. 하하하.”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막 회의장에 들어온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원탁 테이블 한가운데로 끌었다. 박 원내대표는 끌려가며 “앞으로 계속 이 정신을 살려나가도록 해요”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결국 자리는 정면에서 이들을 볼 때 박 원내대표를 중앙으로 오른편(우상호)-왼편(정진석)에 1, 2당 원내대표가 앉는 걸로 정리됐다. 그간엔 여당 원내대표가 중앙에 앉았던 게 관례였으나 캐스팅보트를 쥔 연장자(박 원내대표)가 ‘상석’을 차지했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20년 만의 원내 3당 체제가 빚은 진풍경이다.

3당 원내대표는 서로 발언권도 양보했다. 결국 여당인 정 원내대표가 먼저 발언했다.

그는 “국민의 지상명령인 협치의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우 원내대표가 “원구성 협상부터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천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9명의 참석자(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 중 유일하게 노타이 차림에 세월호 배지를 달고 나온 박 원내대표는 “두 분의 적극적인 배려를 바란다. 늘 협력하고 양보하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바통은 3당의 정책위의장에게로 넘어갔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협치가 적어도 정책 분야에선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열심히 심부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옆에 앉은 더민주 변재일 정책위의장의 손을 꼭 잡았다. 회동에 앞서 변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에게 “노무현 정부 때 나는 정보통신부 차관,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예산처 차관을 한 차관 동기”라며 “(부처) 과장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소개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에 대해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2년간 같이 일했다”고 친분을 과시했다. 변 정책위의장은 “제발 싸우지 말라는 국민의 지적을 따갑게 받들겠다”고 했고,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생산적인 국회를 위한 새로운 틀이 많이 시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각론에선 진통을 예고했다. 회동 후 세 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했으나 군데군데 조건이 달렸다. ▶19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법안들은 원내수석부대표들이 협의해 ‘가능한 한’ 처리하고 ▶3당 정책위가 4·13 총선 공통공약을 정리해 ‘재정상황이 허락하는 한’ 함께 이행방안을 찾는다는 식이었다. 원구성 협상은 이번 주 시작하기로 했다고만 발표했다.

19대 국회에서 우선 처리해야 할 법안의 경우 우 원내대표는 “세월호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 원내대표는 “5·18 임을 위한 행진곡 지정촉구결의안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 원내대표는 “3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이 검토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세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친 후 서로 “지금 전화 걸었습니다. 제 전화번호니 저장해주세요”라며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했다.

글=현일훈·위문희·박가영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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