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의 스위스 은행서 70만불 회수 「극비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대검중앙수사부는 12일 건설회사의 해외주재간부로 있으면서 커미션 등으로 받은 70만 달러(5억9천만원 상당)의 외화를 스위스은행비밀구좌에 빼돌린 대림산업 해외담당전부사장 이흥순씨(52·삼영 홈 트로닉스회장·서울 여의도동 서울아파트2동)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 (외화밀반출)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의하면 이씨는 80년5월부터 83년12월말까지 싱가포르·브루네이 등지에서 대림산업의 동남아지역 건설 및 토목공사 수주활동을 하면서 현지 공사계약중 개인으로부터 받은 커미션 61만 달러를 비밀이 보장되는 스위스은행 싱가포르지점에 예금, 불법으로 외화를 빼돌린 혐의다. (관련기사 10면)
이씨는 83년8월 스위스은행 싱가포르지점에 「하워드·S·스트롱」이라는 가명으로 비밀구좌를 개설, 20만 달러를 예치시키는 등 85년4월까지 3차례에 걸쳐 61만 달러를 예금했으며 이자가 늘어 예금총액이 70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는 것.
이씨는 또 지난4월초 싱가포르은행(UOB)에도 4천5백48달러를 예치시켰고 이 은행 귀중품 보관함에 1천 달러를 숨겨둔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달 23일 이씨를 연행한 검찰은 이씨로부터 『빼돌린 외화 전액을 국고에 넣겠다』 는 말에 따라 20일 동안의 극비회수작전 끝에 원금과 이자 등 70만 달러 전액을 국내에 반입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수사사실을 숨긴 채 이씨를 시켜 현지은행의 담당자와 전화로 접촉토록 했으며 수사관 대신 대리인을 두 번이나 싱가포르에 보냈다.
이씨는 검찰에서『해외에서 생긴 미화가 거액이어서 국내로 들여올 수가 없었기 때문에 장차 해외사업용으로 쓰기 위해 외국은행에 입금해두었다』 고 말했다.
이씨는 72년부터 83년까지 대림산업의 싱가포르· 브루네이 남아연방지점장, 말레이시아사업본부장, 동남아사업본부장으로 공사수주활동 및 시공을 맡아왔고 84년1월부터 본사해외담당부사장으로 근무하다 지난1월말 사직, 삼영 홈 트로닉스라는 전자제품수입상 회장직을 맡고있다.
이씨는 특히 해외건설· 토목공사수주활동에는 남다른 수완을 발휘, 회사에서 크게 인정받았으나 지난1월 회사를 그만두자 회사주변에는 이씨가 해외근무 중 거액의 외화를 빼돌렸다는 소문이 파다해 검찰수사가 시작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