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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樹之嘆 -풍수지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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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호 29면

어버이날이다. 해마다 맞는 날이지만 사람들마다 소회가 다를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건재하시던 부모님을 올해는 뵙지 못할 처지가 된 이들이 있을 것이다. 또 올해 병상의 부모님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내년 어버이날을 함께 할 수 있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나무와 바람의 탄식’인 풍수지탄(風樹之嘆)이란 말이 떠오른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생전에 효도를 다 하지 못한 걸 뉘우칠 때 쓰인다. ‘나무는 고요하려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樹欲靜而風不止) 자식이 봉양하려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네(子欲養而親不待)’라는 말에서 나왔다. ‘풍목지비(風木之悲)’로도 쓴다. ‘어버이 살았을 제 섬길 일을 다 하여라. 지나간 뒤에는 애달프다 어이 하리. 평생에 고쳐 못 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고 읊은 정철의 안타까움이 귓전을 때리는 듯 하다.


효(孝)는 노인 노(老) 아래 자식 자(子)가 더해졌다. 나이 들면 자식의 봉양을 받는 게 순리라는 뜻이리라. 이런 뜻의 성어로 반포지효(反哺之孝)가 있다. 먹일 포(哺) 앞에 돌이킬 반(反)을 써 ‘되먹이는 효도’란 뜻을 가진 이 말의 주인공은 까마귀다. 명(明)대 이시진(李時珍)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에 까마귀는 부화한 지 60일 동안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지만 이후 새끼가 다 자라고 어미가 늙어 사냥을 못하게 되면 새끼가 어미를 먹여 살린다 한데서 나왔다. 이런 까마귀는 반포조(反哺鳥) 또는 자오(慈烏, 인자한 까마귀)로 불린다.


문자와 그림이 어우러진 문자도(文字圖)에서 ‘효(孝)’자에는 흔히 죽순과 잉어, 귤, 부채, 거문고 등이 등장한다. 한겨울 눈발과 얼음을 뚫고 어머니가 잡숫고 싶어 하는 죽순과 잉어를 구한 맹종(孟宗)과 왕상(王祥), 어머니께 드리고자 하사 받은 귤을 숨긴 육적(陸績), 더운 여름날 아버지 잠자리 옆에서 부채질을 한 황향(黃香),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 거문고를 탄 순(舜)임금 등과 같은 효자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효는 말로 외울 게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아무리 바빠도 오늘 하루만큼은 부모님을 찾아 뵙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 보자. 그마저 안 되는 사정이 있는 이들은 안부 인사라도 꼭 전하는 하루가 됐으면 한다.


유상철논설위원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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