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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북한에 작은 상점들 생겨…경제 미니 붐 일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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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외신들이 전한 북한의 변화
“백화점선 달러·인민폐 환전 바빠”
일본 맥주는 북한돈 3만5000원
농장 주민 한 달 생활비는 10만원

평양이 속내는 감췄지만 속살을 감출 수는 없었다. 6일 36년 만에 개최된 제7차 노동당대회를 위해 평양에 모인 100여 명의 외신기자들은 당대회가 열린 4·25 문화회관 출입이 통제됐다.

일본 NHK는 “평양에 머물러 있는 외국 언론은 ‘4·25 문화회관’ 외관 촬영은 허가를 받았지만 장내 취재는 허가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평양의 주민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김일성광장에 꽃장식을 하고 퍼레이드 준비를 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당대회 취재는 막혔지만 평양의 변화는 포착됐다.

BBC는 북한의 백화점 방문기 등을 전하며 김정은 집권 후 지난 4년간 북한에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극단주의적인 핵 개발 정책을 고수하며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지만 경제 측면에서는 다르다는 것이다.

BBC 특파원 존 서드워스는 “2009년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와 지금은 확연히 분위기가 다르다”며 “공기가 바뀌었다”고 했다. 로이터도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20층 이상의 고층건물이 평양에 많이 들어서며 평양의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에서 작은 상점들이 생겨나는 등 북한 경제의 ‘미니 붐(boom)’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BBC는 “북한 관료들은 여전히 하루 650g의 옥수수와 쌀, 고기를 배급받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자유롭게 하루의 먹거리를 상점에서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북한은 당이 엄격하게 상업을 통제하며 주민들이 비밀리에 암시장을 운영해 왔지만 최근 상황이 바뀐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경제특구 등을 통한 산업개혁뿐 아니라 국가 운영 농장에서 개별 인센티브제를 운영하는 등 점진적 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평양 시내 상점을 취재한 BBC는 “평양 백화점에서는 쇼핑객들이 미국 달러와 중국 인민폐를 환전하기 바빴고 다양한 종류의 수입상품이 진열돼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 맥주 한 잔은 북한 돈 3만5000원(미화 4.5달러), 평양 인근 농장 주민의 한 달 생활비는 10만원가량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여전히 북한은 식량 부족 상황이지만 계획경제의 실패를 보완할 여러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대회와 관련해선 여러 추측이 이어졌다. 마이크 치노이 미·중연구원 선임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당대회의 목적은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를 위한 것”이라며 “김정일 시기 선군(先軍)정책으로 군의 권한이 강해진 것을 되돌려 권력을 노동당 쪽으로 옮기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BBC는 북한의 대규모 정책 변화 가능성도 짚었다. 북한 엘리트들이 총집합한 자리에서 새로운 개혁 방향을 밝히고 정책 전환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북한 사회과학원의 송동원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7차 노동당대회의 중요성은 우리 혁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지난 30년의 성공을 보여주고 혁명의 궁극적인 달성을 위한 빛나는 계획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BBC는 “전체주의 국가는 역사의 물결에 휩쓸려 사라지거나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받아들였다”며 “북한도 쇠락이냐 점진적 변화냐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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