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한·중 관계 강화와 한·미 우호는 병행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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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동북아 협력은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 담당 선임부소장은 ‘바람직한 동북아시아 협력’ 세션에서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우호적 한·미 관계를 지속하는 건 병행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한국은 역내에서 중진국이 아닌 중심국이 돼야 하며 감당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캠벨 “사드 논쟁, 중국에 학습 기회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알았을 것”
박철희 “한국, 역내 중심국 자격 충분”
이신화 “새우 아닌 돌고래가 돼야”

한·미 정부가 협상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문제를 놓고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박 교수는 “중국의 압력 때문에 사드 배치를 하지 않거나 미국 영향으로 사드 배치를 하는 두 선택 모두 안타까운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사드 논쟁은 중국에 일종의 ‘학습 기회’였다”며 “한국을 상대함에 있어 중국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는 걸 배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5세 된 딸, 8세 된 아들이 새벽에 아내와 내가 잠든 침대로 오더니 서로 비키라고 싸우더라. 마지막엔 덩치 큰 개까지 침대로 올라왔다. 우리 집 침대가 바로 동북아의 상황이다. 같은 침대에서 다른 꿈을 꾸는 동상이몽 상황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보편적인 가치 추구와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여지가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동남아 간 관계가 나쁜 걸 틈타 미국이 동남아를 지원하고 개입하기를 반긴다는 오해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미국은 역내 긴장으로 안보비용이 높아지는 등 대가를 많이 치르는 걸 원치 않는다. 대북정책·안보와 관련해선 결국 한국이 주도하고 결정하는 게 가장 좋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한·미·일 3국 협력관계가 공고하기 때문에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협력할 여지가 많다. 그러나 이것이 반중 연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국은 북핵·통일·경제 등 각 분야에서 중국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은 미·일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 이 예민한 듯하다. 사드 문제의 원천은 중국·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사드는 큰 비용이 드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한국의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즉 한국은 사드 배치를 할지 말지가 아니라 제한된 국방예산 안에서 정찰 감시 드론·군사위성·잠수함 등 어떤 분야에 투자할지를 고민해야 맞다.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한국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국가들을 동참시키고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 크기와 상관없이 사안의 중요성을 놓고 본다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추적인 국가가 돼야 한다. 외교정책에서도 ‘하나의 한국’을 강조하는 게 필요하다. 통일에 반하는 정책은 한국의 외교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철학적·이론적 틀을 갖고 가는 게 바람직하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한국은 강대국들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돼서는 안 된다. 한국은 동북아 내에서 촉매자 역할을 해야 하고 ‘똑똑한 돌고래’가 돼야 한다.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미국이 좀 더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쿠바·미얀마의 개방을 위해 노력했듯이 말이다.


▶관련 기사서훈 “비핵화 땐 경제지원 제안, 북한이 못 받아들일 것”


◆중앙일보-CSIS 포럼=중앙일보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미의 대표적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반도 주변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해 온 연례 포럼. 2011년 출범해 올해로 6회째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미 정부의 안보·외교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세계적 싱크탱크다. 역대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다수 참여하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 미 펜실베이니아대가 선정한 외교안보 싱크탱크 순위에서 2014·2015년 연속 세계 1위로 선정됐다.

◆특별취재팀=김현기·채병건 워싱턴특파원, 안착히·유지혜·서유진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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