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포커스] 프로축구 서울팀 '250억'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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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고 프로축구팀을 만들자’.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그리고 축구팬들이 요즘 외치는 구호다. 서울은 가장 수요가 많은데다 최고의 시설을 갖춘 월드컵경기장이 있다. 창단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도 있다.그러나 축구협회가 서울시에 지고 있는 2백50억원의 빚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협회는 서울구단 창단을 위해 이 가운데 1백억원을 탕감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어림없다는 태도다.도대체 ‘2백50억원’이 무슨 돈이고,이 돈이 왜 서울구단 창단과 연결돼있는지,해법은 없는지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2백50억원, 무슨 돈인가

1997년 6월 서울시는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을 개보수해 월드컵을 치르자는 안을 내놨다. 축구협회는 "새 천년 최초의 월드컵인 만큼 새 구장을 짓자"고 주장했다. 정부가 중재에 나선 끝에 새 구장 건립안이 확정됐다.

당시 상암구장의 예상 건설비용은 2천60억원이었다. 정부가 6백억원, 서울시가 6백60억원을 내기로 했다. 서울시는 축구협회에도 분담을 요구했다. 협회는 2백50억원을 내기로 약속했다.

다만 당시 협회가 돈이 없어 우선 서울시가 재정투융자기금에서 이 돈을 빌려 대신 납부했다. 지금도 서울시는 연 5%의 이자를 꼬박 물고 있다.

▶왜 문제인가

98년 초 축구협회로부터 2백50억원의 대납을 요청받은 서울시는 "축구협회를 어떻게 믿고 돈을 빌려주느냐. 변제안을 제출하라"고 협회에 요구했다. 협회는 ▶서울 연고구단으로부터 축구발전기금을 받거나 ▶체육복표를 발행해 빚을 변제하겠다는 두 가지 안을 담은 확약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시는 이를 시의회에 제출해 동의를 얻은 뒤 2백50억원을 빌려 건설기금으로 내놨다. 확약서에 따르면 두 가지 변제 이유가 충족되지 않는 한 서울시가 축구협회에 변제를 강요할 수 없다. 최근 문화관광부로부터 '축구 경기력 향상용'으로 받은 월드컵 잉여금 2백30억원을 채무 변제에 쓰라고 요구할 수 없는 이유다.

▶탕감안 왜 나왔나

축구협회는 '2백30억원이라는 여윳돈이 생긴 지금이야말로 서울연고팀을 만들 적기'라고 판단했다. 우선 잉여금 가운데 1백억원을 내놓고, 서울시에 "1백억원을 탕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서울연고팀 창단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축구발전기금 '2백50억원'을 50억원 정도로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협회는 지난달 26일 조중연 전무를 위원장으로 하는 '서울시 프로축구팀 창단추진위원회 발족을 위한 실무소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붉은 악마'의 산하 단체인 레드파워와 힘을 합쳐 1백만 가두서명운동도 전개키로 했다.

▶서울시 입장

최석주 서울시 체육진흥담당은 "탕감은 어렵다"고 잘라말했다. 시민 전체가 동의한다면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전체 시민의 의사를 물을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책임을 지고 탕감을 결정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이명박 시장도, 서울시 의회도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해법은 없나

문화관광부 국제체육과 임관식 과장은 "현실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축구협회에 무조건 빚 변제를 요구할 수도 없고, 2백50억원의 거액을 내고 창단할 구단도 거의 없기 때문에 1백50억원이라도 빨리 건지고 나머지 1백억원은 손비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상암구장이 연간 37억원 정도의 흑자를 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탕감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한 스포츠지가 서울시 의원 1백2명(한나라 88.민주 13.비례 대표 10.민노 1)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탕감안 반대와 찬성이 38.2%대 34.3%로 나타났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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