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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화만사성] 째지 않고 복강경으로 탈장 수술, 재발·합병증 확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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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호 원장(오른쪽)이 탈장 환자에게 복강경 수술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석준

전 세대에 걸쳐 발병하고, 증상이 거의 없어 알아채기 쉽지 않고,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인 질환은 뭘까. 바로 ‘탈장(脫腸)’이다. 신체의 장기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조직을 통해 돌출되거나 빠져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대부분 배의 앞쪽 벽인 복벽에서 발생한다. 탈장은 수술 외에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탈장 수술법이 갈수록 진화하는 이유다.

민병원 맞춤형탈장센터

탈장은 주로 복벽이 약해져 생긴다. 복부가 큰 압력을 받으면 약해진 틈 사이로 지방 조직이나 복막이 덮인 장기가 튀어나온다. 무거운 짐을 자주 드는 사람, 만성 기침 증상이 있는 사람, 임신부에게서 나타나기 쉽다.

오래 놔두면 장기 괴사, 수술이 최선

초기에는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다. 피부 밑으로 부드러운 덩어리가 만져질 뿐 통증이 없는 게 특징이다. 소아는 부모가 몸을 씻겨주다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수십 년 동안 방치하다 탈장 크기가 아기 머리만큼 커진 후에야 병원을 찾는 노인도 있다. 민병원 맞춤형탈장센터 강길호 원장은 “탈장을 오랫동안 놔두면 혈액순환에 지장이 생겨 장이나 장기가 괴사할 수 있다”며 “발견과 동시에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복강경을 이용한 탈장 수술법이 대세다. 피부를 째지 않고 배에 구멍을 뚫어 내부를 볼 수 있는 복강경 기구로 수술하는 방식이다. 상처 크기가 작아 수술 후 통증이 훨씬 적고 회복이 빠르다. 재발을 막기 위해 인공 막을 넣어 탈장 구멍을 막고 복벽을 강화한다. 이때 복막을 열어 복강 안이나, 복막을 건드리지 않은 채 복막 바깥에서 각각 수술할 수도 있다. 복막을 열어 진행하면 복강 아래에 있는 장이 노출된다. 강 원장은 “복막 밖에서 수술하면 장을 전혀 손대지 않는다”며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장의 손상이나 수술 후 합병증의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선천성 소아 탈장, 복강경보다 절개

복막 외부에서 접근하는 수술법은 안전하지만 고난도 수술에 속한다. 수술할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아 수술 집도의사의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의사의 경험이 수술의 안전성과 직결되므로 상당한 숙련도를 요구한다. 강 원장은 2003년부터 복강경 탈장 수술을 하기 시작해 지금껏 3000례 가까이 진행했다. 그는 “환자는 병원에서 상담할 때 받게 될 복강경 수술의 종류를 확인하고, 의사의 경험이 얼마나 많은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강경 수술이 모두에게 좋은 건 아니다. 특히 소아일 때가 그렇다. 소아 탈장은 근육 약화로 생기는 성인의 경우와 다르다. 대부분 선천적으로 복벽이나 특정 부위에 결손이 있을 때 발병한다. 굳이 복벽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 막을 쓸 필요가 없다. 1㎝ 정도 절개한 후 탈장 된 부위만 묶어주면 된다. 소아에게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복강경 수술이 오히려 부담일 수 있다. 다만, 탈장이 왼쪽과 오른쪽 모두 발생했거나 다른 수술과 동시에 진행해야 할 때는 소아라도 복강경 수술을 하는 편이 낫다.

탈장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원인·신체상태·생활습관이 모두 제각각이라 이에 걸 맞는 적절한 수술법을 제시해줘야 한다. 민병원 의료진은 개복 수술은 물론 난도 높은 복강경 수술까지 모두 가능하다. 강 원장은 “탈장 치료를 위해 어떤 수술법이 가장 좋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며 “수술법 별로 장단점이 있다.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법을 찾아 시행하는 맞춤형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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