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오아시스…최태원 석유·ICT, 권오준은 철강·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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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엔 역대 최대인 236개 기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도 함께했다.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SK그룹이다. 이번 방문길에 최태원(56) 회장을 비롯해 문종훈(57) SK네트웍스 사장, 유정준(54) SK E&S 사장, 장동현(53) SK텔레콤 사장 등 6명의 그룹 최고 경영진이 참여했을 정도다.

236개 기업 사절단의 이란 공략
최 회장, SK그룹 CEO 5명과 동행
SK네트웍스, 이란 수출 13% 차지
구자열 LS회장은 초고압케이블
황창규 KT회장은 통신 솔루션

SK그룹은 최근 그룹 내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이란 관련 사업 3대 목표’도 확정했다. ▶석유를 포함한 자원 확보 ▶국가 재건에 필요한 현지 인프라 건설 참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진출 등이 그것이다.

SK그룹 측은 1일 “현재 이란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자원 개발과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도시 건설”이라며 “이는 우리 그룹의 주력업종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어 한두 개 계열사가 아닌 그룹의 전 역량을 기울인 ‘주력사업 패키지’로 이란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SK그룹엔 믿는 구석도 있다. 그간 이란 정부와 현지 소비자에게 쌓아온 ‘의리’가 그것이다. 일례로 SK네트웍스는 1984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 지사를 낸 이래 단 한 번도 운영을 중단한 적이 없다. 현재도 테헤란 지사엔 5명(현지인 1명 포함)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자금난에 몰린 이란 측 거래처를 위해 결제 조건을 그들에게 유리하게 바꿔준 사례도 많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대이란 수출액(40억 달러) 중 13%인 5억3000만 달러를 담당한 것도 SK네트웍스다. 덕분에 이란 완성차 업체 1·2위인 코드로와 사이파는 지금도 SK네트웍스가 수출한 한국산 강판으로 차를 만든다. SK네트웍스는 현지에서 차량 정비 등 자동차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이란에서의 원유 도입량을 늘려가기로 했다. 또 해외 선진업체와 손잡고 현지 자원개발 사업에도 뛰어든다는 포부다. SK텔레콤은 통신시장 진출을 노크하고 있다.

포스코도 꿈을 크게 꾸고 있다. 권오준(66) 포스코 회장은 지난 2월 이란 국영 철강사인 PKP와 현지에 연산 160만t 규모의 제철소 건립 관련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이 제철소에는 포스코의 고유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이 적용된다. 계열사인 포스코대우는 최근 현대건설 등과 함께 테헤란 남부 시라즈 지역에 1000병상급 병원을 짓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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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열(63) LS그룹 회장은 이번이 올 들어서 두 번째 이란 방문이다. 지난 2월 이미 이란을 다녀온 그는 “앞으로 이란에 올 일이 많을 것 같다”고 자주 말해왔다. 이란의 전력과 통신 인프라가 많이 낡고 부족한 상태여서 그만큼 기회가 많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최근엔 인근 두바이에 위치한 LS전선과 LS산전 현지 지사를 통해 초고압·통신케이블 관련 마케팅을 강화 중이다.

황창규(63) KT 회장도 이란 방문길에 올랐다. KT는 2010년대 초부터 현지 파트너들과 거래관계를 다져왔다. KT 측은 이날 “통신은 물론 전력 관련 솔루션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당초 조양호(67) 한진그룹 회장도 경제사절단에 참가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한진해운 구조조정 등 현안이 불거지면서 지창훈(63) 대한항공 대표가 사절단에 대신 합류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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